<연중 제23주간 수요일>(2009. 9. 9. 수)
<행복>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일 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세월만 흘러간다는 생각에 너무 초조했습니다.
그래서 퇴원하자마자... 입원으로 중단했었던 마태오복음 강의를 재개했고,
2007년말에 마태오복음 강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묵시록부터 강의를 시작하면서
2008년 한 해 동안 줄곧 인터넷 성경 강의를 하면서 지냈고,
이곳 상지원에 와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 코린토 전서 끝부분까지 와 있습니다.
(그동안 했던 성경 강의록은 모두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죽기 전에 신약성경 강의록을 마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죽을 병은 아니지만...
그런데... 지금... 갑자기 체력이 고갈되면서
성경 강의록 작성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와 새번역 성경의 번역을 대조하고,
그것을 다시 그리스어 원문과 대조하고,
가능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간단하고 쉬운 해석을 하고
그 다음에 묵상글을 첨부하고...
그런 작업인데... 체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강론 준비하고, 성경 강의록 작성하고, 미사 드리고...
그 정도의 체력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미사 한 대 드릴 수 있는 정도의 기운만 있고...
성경 강의록 작성도 못하고... 누워 있기만 하는 때가 많습니다.
9월 9일의 복음 말씀이 행복과 불행에 관한 내용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체력만 있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마칠 수만 있다면,
그러면 행복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니까 불행하다, 라는 것이 되는데,
불행하지는 않고... 좀, 저 자신이 답답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제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욕심일 뿐이라는 것.
작년 이맘때 쯤, 몸이 안 좋아서 블로그를 한 달 정도 중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론도 중단하고...
그래도 혼자서 성경 공부는 계속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냥 하루에 성경 한 장을 읽고 해설할 수 있는 정도의 체력만 있어도,
들판을 거닐 정도의 기운만 있어도...
그것으로도 행복하겠습니다.
그런데 9월 9일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행복에 조건을 달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하십니다.
부유한 사람들, 배부른 사람들, 웃는 사람들, 존경과 인기를 얻는 사람들...
그들은 한 마디로 말하면 행복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가질 것을 다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불행의 조건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참 행복이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기운이 있으면 좋겠다는 저의 생각도 부질없는 소망일 것입니다.
지금 체력이 없어서 아무 일도 못하는 그 상태에서도 하느님의 참 행복이 있다고,
예수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하고 있는 일을 마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도 하느님의 참 행복은 있다고 하십니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대중화되기 전, PC 통신 시절부터 성경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해서 강의를 했고,
2007년에 신약성경을 마치긴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살펴보니 너무 간략하고 너무 미흡했습니다.
또 새번역 성경이 나오면서 그리스어 원문을 확인할 필요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시 성경 강의를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성경을 읽다가
어떤 단어나 구절이 궁금해지면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신자용 해설서를 만들겠다는 소망...
성서학자들의 학설이나, 너무 전문적인 성서학 용어들 때문에
기존의 해설서들이 신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입니다.
그동안 가톨릭쪽의 해설서들을 모두 읽어보고,
개신교의 주해서나 강해서들도 읽어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던 것도 이유이고,
저 자신을 위한 해설서가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고...
그러나 이 강의를 마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인생은 유한하고,
말씀은 영원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성경을 공부하고 있고, 더 좋은 해설서를 만들겠지만,
그래도 저 자신을 위해서, 또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한 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누군가 지금 저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행복하다고 대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행복 근처에 있기는 있습니다.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마음을 다 비웠습니다.
그저 죽기 전에 제 마음에 드는 신약성경 해설서를 제 손으로 완성하기를 바라는 것 외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행복을 향해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행복을 망치는 일 없이,
서로 남의 행복을 위해서도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글은 강론이라기보다는... 저의 기도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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