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월요일>(2009. 8. 3. 월)
<빵의 기적>
'빵의 기적' 이야기가 미사의 복음 말씀에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 기적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 이상의 군중이 먹었다는 것,
대개는 '먹었다는 그 사실'에만 주목하기가 쉽습니다.
아무래도 기적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겠지요.
그 다음에는 그 기적이 어떻게 일어났을까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신기하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그 다음에는 그 기적의 의미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 기적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라고.
강론들도 대개는 그런 식으로 주제를 잡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적이 바로 '예수님의' 기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니, 복음서의 주인공이 예수님이니,
예수님의 기적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사도들이 행한 기적도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의 능력과 권위로 기적을 행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했습니다.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은 야훼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했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실 때에는
당신 자신의 권위와 능력으로 행하셨습니다.
빵의 기적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입니다.
기적의 힘은 예수님에게서 나옵니다.
그것을 잊으면... 기적 자체만 주목하면... 그저 신기하다고 놀라기만 하면...
악령의 일도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기적도 기적 나름입니다. 그 기적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악령도 기적을 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그런 일에 속아 넘어갑니다.
세계 이곳 저곳에서 이런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도
교황청이나 각 교구에서 인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적들이 사람들을 회개하게 하느냐?
또 그 기적들이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하느냐?
또 예수님의 가르침에 맞는 것이냐? ... 등을 심사한 후에,
이건 아니다, 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기적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적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아닌, 다른 힘에서 오는 기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적은 사람을 회개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더 죄로 몰아가고,
사람들을 예수님에게서 더 멀어지게 하고,
교회를 분열시키고, 교리에 어긋나는 이단에 물들게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몇 차례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은 제도 교회의 박해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억지 주장입니다.
공적 계시와 맞지 않는 사적 계시란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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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기적이든지 먼저 시선을 예수님께로 향해야 합니다.
빵의 기적을 체험한 후에 군중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요한복음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적의 뜻을 깨닫지 못했고,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라는 분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기적 자체에만 열광했습니다.
당시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자들도 기적 자체만 바라보고 잠깐 동안 예수님을 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잊으면, 기적의 힘도 사라집니다.
기적의 빵을 먹은 그 사람들...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마도 대부분 한 끼 식사 잘 했다고 만족하는 것으로 그친 것 같습니다.
그 기적 후에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제자들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예수님의 활동이나 상황에 무슨 변화가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놀라운 기적을 체험해도 예수님을 잊고 기적만 바라보면
어느새 기적의 힘은 희미해지고, 우리는 다시 기적만 찾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영성체가 기적의 음식이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성체 안의 예수님께 집중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영성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날마다 영성체를 할 수 있습니다.
옛날 박해시대 때에는 사제도 부족하고 다들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았기 때문에
일 년에 겨우 한 번 영성체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영성체를 하는 우리들보다
일 년에 겨우 한 번 영성체를 하던
그때의 신자들이 훨씬 더 예수님과 가까웠던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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