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화요일>(2009. 7. 21. 화)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어떤 사람이 밖에서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는다고 전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라고 반문하십니다.
생각없이 그냥 읽으면,
그분은 내 어머니가 아니고, 그들은 내 형제들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구절 때문에
일부 종파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깎아 내리는 근거 구절로 삼기도 합니다.
아들이신 예수님도 그 어머니를 모르는 체 했는데,
우리가 굳이 성모 마리아를 공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형제라는 말 때문에 성모 마리아는 평생 동정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여기서 '형제'라는 말을
일부 종파에서는 친형제로 해석하지만, 우리는 사촌형제로 해석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는 촌수 개념이 불분명해서
사촌이나 친형제나 다 형제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친형제로 볼 근거가 없기 때문에 사촌 형제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라고 하신 말씀도
어머니가 찾아오신 일을 계기로 삼아서 제자들을 가르치신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의 진짜 뜻은,
"과연 어머니란 누구이며, 형제란 누구인가?"
라고 가르침을 위한 질문을 던지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그 다음에 나오는 구절에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사실 예수님은 효자이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 인간적으로 남긴 유언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제자에게 어머니를 부탁하는 유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어머니를 모르는 체 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가족들이 찾아 온 일을 계기로 삼아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모두 다 한 식구라는 것을 가르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한 사람 중의 첫 자리에 성모 마리아가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적으로 모두 한 식구입니다.
그래서 신자들끼리 서로 형제님, 자매님, 하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복음 말씀의 반대 측면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형제 자매라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형제 자매가 될 수 없다는 것,
그런 사람은 스스로 신앙 공동체라는 가족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
고대 사회에서 추방은 곧 사형이었습니다.
공동체에서 쫓아내는 것이 가장 큰 형벌이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 있으면 생존이 보장되지만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 산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립된 채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정신적인 고립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가족애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외면해도 가족이 있다면... 살 수 있습니다.
가족마저도 외면한다면... 그건 극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은 하느님이 맺어준 천륜입니다.
신앙 공동체도 하느님이 맺어준 가족입니다.
왜 신앙생활을 혼자서 하지 않고 모여서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교회라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혼자서 하느님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혼자서 기도하고, 혼자서 신앙생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수도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고,
자기 혼자만을 위한 이기적인 목적에서 나온 행동이라면, 그건 문제입니다.
그렇게 혼자만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신앙생활 하다가 천국에 가면
천국에서도 혼자 있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없고 혼자만 있게 되는 그곳, 절대로 천국이 될 수 없습니다.
---------
본당에 속해서 신앙생활을 하긴 하는데, 다른 사람과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무슨 직책을 맡으려고 하지도 않고,
무슨 단체에 가입하려고도 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서 하는 봉사활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나와서 미사 참례 하고, 미사 끝나면 조용히 혼자 사라지는...
그런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아무도 그 사람을 따돌리는 것이 아닌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다가가면 싫다고 밀어내고, 그냥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
그래도 착하게 살아서 천국에 갈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천국에 가서도 그렇게 혼자 있게 된다면... 역시 그곳은 천국이 아닙니다.
가족이 함께 살기는 하는데 각자 방에 들어가서 따로 혼자 지낸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숨이 막히겠습니까? 그런 곳이 천국이겠습니까?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본당 공동체에 어울려 들어가야 합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고 싶다면 살아서도 천국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 기쁨과 행복을 받을 수 있는 법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가톨릭- > 강론.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연중제16주간금요일(090724.금) (0) | 2009.07.25 |
---|---|
[스크랩] 연중제16주간목요일(090723.목) (0) | 2009.07.23 |
저금리 시대 펀드투자 세금혜택 따져라 (0) | 2009.07.18 |
[스크랩] 2006년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김웅렬신부님 (0) | 2009.06.20 |
[스크랩] 2009년 6월 8일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0) | 200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