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신부증>
7월 20일의 복음 말씀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그 요구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하십니다.
그리고 회개하지 않으면 이방인들보다 더 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한 것은
정말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세주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요구입니다.
말하자면 신분을 증명하라는 요구 같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답변하신 '요나 예언자의 표징'이란 예수님의 부활을 뜻합니다.
부활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증명하는
최고의 신분증이며, 최후의 신분증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다면 예수님에 대해서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예수님을 믿든지,
아니면 믿지 않고 거부하든지,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믿으면 회개할 것이고, 구원을 받게 되겠지만,
믿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끝입니다.
사실 예수님께는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을 증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우리가 예수님께 뭔가를 증명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형으로 사형을 당하신 것은
전적으로 그분의 희생과 헌신이며 사랑입니다. 의무가 아닙니다.
우리가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구원을 받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라
공짜로 주어진 은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뭔가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믿든지 안 믿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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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전주교구 신부들에게 새로운 신분증이 발급되었습니다.
전주교구에 소속된 사제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입니다.
그 전까지는 자기가 사제라는 것을 증명할 증명서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입고 있는 옷이 신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개나 소나 다 로만칼라를 하고 있는 세상이니 옷이 증명 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신분증을 발급 받은 뒤에 한 번도 그 증명서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사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사제라는 것을 증명하는 최고의 방법은 '삶'입니다.
남들이 신부로 알아주든지 말든지
신부가 신부로 사는 것이 곧 신부라는 것을 증명하는 지름길입니다.
신부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 뒤를 그대로 따르는 것,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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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에게 신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명서가 있다면,
역시 신자답게 사는 '삶'일 것입니다.
더 이상 무슨 증명서가 필요하겠습니까?
세례 증명서는 세례 받은 사실을 증명할 뿐이고,
현재 그 사람이 신자답게 사는 진짜 신자라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필요한 것은 '쯩'이 아니라 '삶'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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