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가톨릭 교리 방

[스크랩] 성물은 ‘부적’이 아니다

도구 Ludovicus 2009. 5. 27. 07:46

성물은 ‘부적’이 아니다. 

 

 

   

교회에는 하느님의 은총을 부여하기 위해 예수께서 제정하신 칠성사 외에,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교회가 인준한 준성사(準聖事)가 많이 있다.

준성사 중에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것으로 축복식이 있다. 여기에도 특별한 ‘축성(祝聖, consecratio)’과 단순한 ‘축복(祝福, benedictio)’이 있다.

 

축성이란 어떤 인물이나 사물을 오로지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영원히 유보(留保)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서품식이나 성유를 축성하는 경우이다. 반면에, 축복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하느님의 복을 빌어준다는 것을 뜻한다.

 

소위 ‘성물(聖物)’이라고 부르는 신심도구들(십자가, 묵주, 성상, 상본 등)은 단순히 축복된 것이지, 축성된 것은 아니다.

축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집이나 자동차를 축성한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는다.

축복의 대상이 사람이지 사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물을 축복한다고 할 때, 그것은 그 ‘성물’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고 기도해 주는 것이다.

 

민간신앙에서 사용하는 부적은 그 자체가 신령한 힘을 준다고 믿지만, 그리스도교의 신심도구는 그 자체로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신심도구는 기도하기 위해서, 하느님과 구원사건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하느님을 만나는 데 효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신심도구에 ‘성(聖)’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성물(聖物)’이라고 하니, 마치 부적처럼 성물 그 자체에 하느님의 능력이나 은혜가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물론 성물이 하느님과 관련된 것을 상징하기 때문에 청결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겠지만, 결코 성물 그 자체가 어떤 신묘한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흔히 우리는 성물을 마치 민간신앙의 부적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성으로 인해 그리스도교의 여러 신심도구들 그 자체가 하느님의 은총을 전하고 만들어 주는 것처럼, 나아가 현세의 어떤 복을 주고 안녕을 보장하는 것으로 여겨버린다.

그런 생각들은 분명 기복신앙에 치우치는 것이다.

 

성물을 사용할 때에는 민간신앙적 심성의 영향으로 인해 기복적으로 기울 경향이 있음을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예컨대 우리가 자동차에 십자고상이나 성모상, 묵주 등을 부착하는 것이 마치 부적처럼 주술적인 힘을 빌려 교통사고를 방지하겠다는 기복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리 신앙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성대하게 자동차를 축복하고 여러 성물로 장식한다 해도 교통규칙을 무시하면 교통사고가 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신심도구들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신앙정신으로 그것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제발 우리의 성물을 민간신앙의 부적처럼 여기지 말자!

 

 

이상영(그레고리오)|신부, 대구대교구 벽진 사제연수원 원장

출처 : ┗━ 영원에서 영원으로 ━┓
글쓴이 : 섬돌선교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