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죽음을 부르는 욕심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에는 끔찍한 폭력과 죽음이 이어집니다. 포도밭 임자가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소작인들로부터 소출을 받기 위해 종들을 보냅니다. 소작인들은 소출을 내기는커녕 종들을 붙잡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에 주인은 더 많은 종들을 보내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합니다. 주인은 마지막으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아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포도밭을 차지하기 위해, 상속자인 아들마저 죽입니다.
비유에서 포도밭을 차지하려는 소작인들의 욕심은 주인의 종들과 아들을 죽이게 합니다. 욕심이 죽음을 불러옵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첫 사람인 아담과 하와에게도 소작인들의 욕심이 있었습니다. 뱀의 유혹에 빠져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게 된 것도 그들의 욕심이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그들에게 죽음이 찾아옵니다. 하느님처럼 되고자 했던 그들의 욕심이 인류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하고 죽음의 운명에 처하게 합니다.
창세기에 이어 나오는 카인의 이야기도 욕심이 불러온 비극입니다. 자신의 제물은 외면당하고 동생 아벨의 제물이 하느님께 받아들여지자, 카인은 아벨을 죽입니다. 카인의 시기와 욕심이 죽음을 불렀습니다. 아담과 하와, 그리고 카인의 이야기는 인간이 지닌 욕심의 본성을 드러냅니다. 인류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피가 우리에게도 흐릅니다. 자신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면 아담과 하와처럼 하느님을 배반하게 되고, 카인처럼 자신의 가장 가까운 혈육마저도 죽이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비유에 나오는 포도밭을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묵상해 봅니다. 많은 사람이 나의 포도밭에, 곧 나의 삶 안에 들어옵니다. 피로 맺어진 가족, 가까운 이웃, 성당의 형제자매, 직장 동료, 그리고 내가 발길을 옮기는 삶의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를 빌리자면, 주인이 포도밭에 보낸 사람들입니다. 주인은 다름 아닌 하느님이시고, 종들은 하느님께서 나의 삶의 터전에 보낸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포도밭 소작인들처럼 하느님께서 보낸 사람들을 폭력과 죽음으로 맞아들이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삶의 포도밭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환대하기보다는 그들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그들을 사랑하기보다 미워하고, 칭찬하기보다 헐뜯고, 인정하기보다 시기하고, 자랑으로 삼기보다 무시하기도 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거절하고 내치는 많은 경우는 나 자신만의 포도밭을 차지하려는 욕심과 욕망에 사로잡힐 때입니다. 그리하여 포도밭에 침범하는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무장된 욕망의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죽음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비유에서처럼 하느님께서는 나의 삶의 포도밭에 당신의 종들과 아들을 보내십니다. 소작인들은 포도밭을 자신들이 차지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포도밭을 찾아온 이들을 죽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의 삶을 나 자신의 사리사욕으로 채우려 하면, 나의 삶의 터전에서 만나는 이들을 해치게 됩니다. 내 인생의 터전에 찾아오는 이들을 나의 욕심에 사로잡혀 배척하면 나의 삶이 처참해지지만, 하느님께서 보낸 사람으로 환대하여 맞아들이면 나의 삶이 구원으로 이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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