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김용제(당시 2 1세) 씨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승용차로 여의도 한복판을 질주한 일이 있었다. 당시 많은 어린이들이 차에 치여 비참하게 죽었다. 그때 서윤범할머니는 여섯 살 난 손자를 잃었다. 할머니는 손자를 잃은 슬픔을 달랠 길이 없어서 며칠을 수도원에 들어가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할머니의 기도는 원망을 넘어 청년에 대한 분노로 폭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할머니의 마음속에 뚜렷한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용서하라.’그 음성은 거역할 수 없을 만큼 크게 거듭해서 들렸다고 한다. 할머니는 김씨가 사형 선고를 받던 날 검사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할머니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김씨가 불우한 환경에 시각장애로 취직도 한번 제대로 못했던 사정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는 김씨의 선처를 탄원했다.
그 뒤 남편과 며느리가 세상을 뜨는 불행이 겹쳐 하루에도 몇 번씩 용서와 분노 사이를 오갔지만 김씨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용서만이 살길임을 깨달았다. 결국 할머니는 김씨를 양자로 받아들이고, 아침마다 그를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비록 1997년 12월에 김씨의 사형이 집행되었지만 죽기 직전에 할머니의 용서와 사랑을 받고 세례까지 받았다고 한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용서는 유일한 살길이다. 용서하지 않으면 그 분노와 미움이 독이 되어 본인을 해치기 때문이다. 미움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용서이다. 그러므로 용서를 통해서‘치유’받는 최초의, 유일한 사람은 바로‘용서하는 자’이다. 또한 용서는 죄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며 서로가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이다. 용서만이 복수와 원한의 사슬을 끊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의 복음을 알아들어야 한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마태 1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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