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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현주 미래에셋 금융그룹 회장

도구 Ludovicus 2008. 8. 9. 19:11

"영어 못한다고  세계서 못할 이유가 없다"

 

 

2007년은 ‘국민 펀드 시대’의 원년(元年)이라 불릴 만하다. ‘1가구 1펀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펀드가 범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코스피지수(옛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2000을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서 펀드로 몰리는 ‘펀드 열풍’이 불었다.

재테크 문화를 ‘예금’에서 ‘투자’로 바꾼 주역이 바로 박현주(朴炫柱·49) 미래에셋 금융그룹 회장이다. 올해 미래에셋은 전체 펀드투자 수익의 35%에 달하는 15조원을 투자자들에 벌어다 주었고, 펀드 수익률 랭킹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 ‘금융수출’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박 회장은 한국 금융이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고, 거대 글로벌 금융기업들과의 싸움이 “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 경제계에서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사람 중 하나인 그를 박정훈 경제부장이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 본사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펀드투자가 필수 재테크로 정착된 원년이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십니까?

“물론입니다. 과거 국민들의 자산투자는 부동산 중심이었습니다. 가계자산의 85%까지 차지했지요. 이젠 펀드 문화가 정착되면서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자산배분)가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올인’하지 않고 적절히 주식 등으로 나눠지면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위험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더 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가계에서 차지하는 금융자산 비중이 20% 정도인데, 미국 수준(50~60%)까지는 가야 합니다.”


―펀드 수익률이 워낙 좋아서 투자자들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이제 웬만한 수익률 갖고는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은 그게 가장 걱정스럽습니다. 내년도 올해만큼 수익률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쯤 되니까 여기에 위험 프리미엄을 붙여 10% 정도 수익만 매년 꾸준히 나온다면 만족스러운 수익률로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에셋이 펀드 수익률 랭킹의 상위권을 석권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 ‘우리의 눈’을 가진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눈으로 세계 흐름을 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야 한다고 말할 때, 선진국의 숱한 투자전문가들은 미국·유럽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미의 투자가들은 중국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죠. 이렇듯 우리와 구미 사이에는 보는 눈의 차이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의 판단이 옳았군요.

“요즘 들어서는 구미 사람들도 자신들의 투자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시아·태평양은 구미보다 우리가 문화적으로 잘 통하고, 시장을 더 잘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마 앞으로는 우리가 아시아 신흥시장에 먼저 나가 투자를 하면, 구미 자금이 뒤쫓아와서 주가를 올리고 결국 한국의 부가 증가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눈’으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해외펀드의 성공으로 금융수출이 국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이 드디어 입증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더 가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 금융산업을 인프라(사회기반)로만 보았지만, 이젠 경쟁력을 키워야 할 성장 산업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금융과 자본수출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것은 일본 금융기관도 못하는 일입니다. (금융이) 한쪽에만 있는 것이 도리어 위험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제조기업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컸습니까. 나가서 수출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 나가 글로벌 금융기업들과 경쟁을 해보니까 해볼 만하십니까?

“해볼 만합니다. 사실 처음 해외에 나간다니까 남의 상표로 OEM(주문자 상표부착)을 하라는 권유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검토해 보았습니다. 과거 한국의 제조업 중에 OEM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브랜드로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얘기였죠. 미래에셋이 처음부터 우리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로 나간 것은 바로 우리 제조업에서 배운 것입니다.”

―영어도 못하고, 개방적이지도 못한데 한국 금융이 세계에서 통할 것이냐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영어를 잘 못하는 어학문제만 빼고서는 우리가 금융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금융산업이 한국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에셋 홍콩의 데이터를 보라고 말합니다. 미래에셋이 홍콩에 진출해 3년 만에 랭킹 1위(주식형 펀드 설정액)를 하니까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놀라더군요.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에서 세계 최고의 금융회사들과 싸워서 이기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 펀드 수익률이 좋지만, 내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엔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합니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을 빼면 세계적으로 강대국이 아닌 때가 없었습니다. 당나라, 명나라 시절에는 세계경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중국의 상승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면 안 됩니다. 올림픽이 중국에는 그다지 큰 것이 아닙니다. 올림픽을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은 중국을 너무 작게 보는 것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면, 투자란 과학·수학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이나 관점의 문제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물론 우리도 투자를 위한 데이터는 봅니다. 그러나 세세한 수치계산을 통해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부분적인 과정에 불과하고, 오히려 건전한 철학이 있고 관점을 갖고 사물을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투자를 할 만한 아이템이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성장보다 재무적인 부분에 더 신경쓰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제 과거 성장 시대의 기업 마인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극적인 CFO(최고재무관리자) 마인드에서 CEO(최고경영자)의 전략적인 투자 마인드로 돌아오지 않으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은 없다고 봅니다.”

―경쟁 중시의 시장 자본주의에 대해 좌파는 ‘정글 자본주의’라고 공격합니다. 한국 자본주의는 어떻게 나가야 합니까.

“창의적인 기업가들이 자본주의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이 거둔 성과를 사회적으로 돌리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승자들은 승리에만 취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에게 준 보너스’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저 혼자 똑똑해서 오늘의 미래에셋을 일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하겠지만, 미래에셋의 성취도 개인적으로 돌릴 생각이 없습니다.”


                객장에서 주식 전광판 없앤 ‘파격’ 

박현주 회장은  : 
1997년 미래에셋 그룹을 창립한 이후 한국 펀드 문화의 축(軸)을 끊임 없이 옮겨 놓고 있는 자산운용업계의 최첨병. 1998년 말 한국 최초의 뮤추얼 펀드를 설립, 펀드 붐을 이끌었고, 미래에셋 증권을 설립한 후에는 ‘장기투자 할 사람은 하루하루 주식시세를 볼 필요가 없다’며 지점에서 주식 시세 전광판을 없애버리는 파격을 보였다. 적립식 펀드, 해외 펀드 등 최근 한국 펀드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앞장서 만들어 간 것도 모두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는 올해 한국 전체 펀드 신규 투자 자금(설정잔액 기준)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28조원의 자금이 밀려들어왔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최근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증권을 추월해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1958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자료출처 : 조선일보(박용근)>


 

출처 : 두리번
글쓴이 : haj40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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