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강론.묵상

[스크랩] 연중 제17주일 / 하늘나라 / 박문식 신부

도구 Ludovicus 2008. 7. 27. 06:12

 

 

토지 작가 고(故) 박경리(데레사)님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말이 맘에 와 닿는다. “가장 순수하고 밀도가 짙은 사랑은

허덕이고 못 먹는 것,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한 연민이다. 모진 세월이 지나가고 이제는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부모가 반대하는 혼인을 고집하는 큰딸이 엄마에게 대들며 말한다. “내 인생 내가 사는데

엄마가 왜 반대해?” 그러자 옆에 앉았던 아버지가 “아빠 인생 속에는 너희들 인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땅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 속에 자식들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는 소설과 시, 드라마에서도 삶을 배운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그 말씀이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위해 말하려는 뜻을 찾아야 한다. 성경을 지나간 역사로

알아듣거나 문학 비평적이고 역사 비평적인 뜻에만 얽매여서는 안된다. 우리 각자는 성경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기의 고유한 구원의 역사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농사꾼, 장사꾼, 고기잡이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아듣도록 비유로 말씀하셨다(오늘 비유는 마태오

복음에만 나온다).

이스라엘에는 전쟁이 잦아 밭에다 보물을 숨겨 두고 피난하는 일이 있었다. 피난 간 사람이 죽었을 때 그 보물은

그대로 숨겨져 있게 된다. 그런데 가난한 소작인 또는 날품팔이가 남의 밭을 갈다가 우연히 보물단지를 보게 되어

그는 기쁨에 넘쳐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그러면 밭에 뭍힌 보물도 합법적으로 그의 것이 된다. 하느님

나라의 참된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이 농사꾼처럼 처신한다.

이처럼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진주는 그리스도 자신이기도 하다. 밭에 묻힌 보물과 진주의

비유는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찾아올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어부들은 물가에 그물을 끌어올리고 나서 먹을 수 있는 것들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들(율법으로 금하는 뱀장어,

메기처럼 비늘이 없는 고기)을 가려 낸다. 이는 종말에 심판을 가리키는 상징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채워 주지도

못하면서 우리 맘을 차지하고 있는 쾌락과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


신앙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결정적으로 그 분을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하느님 나라는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 그리스도의 영을 통해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 자신이시다. 하느님 나라는 영원한 생명이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마음 속에 있다. 회개와 믿음,

희망과 은총에 의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온다. 하늘나라는 우리 개인의 성화와 영성을 가져다 준다. 하늘나라는

영혼이 아니라 인간 전체 속에서 이루어진다.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은 사회생활 안에서 실현된다. 즉 보다 큰 형제

사랑과 연대, 정의와 평화, 기쁨과 나눔 등으로 실현된다.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성 프란치스코).

우리 모두 복음을 실천하자.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마태 13,51)
제자들처럼 “예”하고 대답하자.

 

 


 

출처 : 베텔 하늘방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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