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해야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은퇴의 단계에 들어가게 되는 반면
쓸모없는 존재나 방해하는 존재로 전략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겐 어리거나 젊거나 나이 들거나
저마다 해야 할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은 인생의 흐름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면
쓸모없고 방해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이는 젊음이나 나이 듬에 구분되지 않습니다.
노년이 되면 노년으로서 해야 할 봉사가 있고
그 봉사를 통해서 사랑이 전달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순간
순간에 따라 걸맞게 사랑이 전달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은 불변적 사랑입니다.
이는 어린아이나 젊은이나 노년들에 맞는
사랑이 전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모세는 마지막 순간에
모든 영광을 놓아야 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홍해를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
수많은 고난과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모세는
마지막 순간 그 영광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인생의 길이기도 합니다.
태어나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것을 해왔지만 나이 들고
나면 자식들에게 밀려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남겨 놓은 자식들의 앞날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처럼,
나이듬은 그동안 억척스럽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 안에서 영광을 찾는 길이며, 정적의 순간에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고 마지막 남은 인생의 그림을 마무리하는
또 하나의 미래가 남아 있는 순간입니다.
자신이 물러나는 그 자리를 뒤돌아보니 그 자리엔 내가 만든
분신이 서 있으며, 내가 가야할 그 자리를 살펴보니 그곳엔
나를 길러주신 부모가 서있던 자리입니다.
자신의 존재가 끝나가는 것 같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자리는 내가 창조해놓은 새로운 존재가 나의 뒤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기들에게는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서 성장하시며
젊은이에게는 젊은 모습으로 노인에게는 노인의 모습으로
다가오셔서 이끌어 주시는 것처럼 하느님께로부터 태어난
우리들도 예수님처럼 내가 지나간 자리는 후손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또 다른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나이듬은 자신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분신에게 나의 자리를 넘겨주는
최고의 사랑을 남겨주고 넘겨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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