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함께 새로운 부활세상의 만찬을 하시다.
- 신기현 신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어떤 그 곳에 가면 어떤 그 사람이 생각이 나고, 그 사람과 나누었던 애틋한 사랑, 그리고 지울 수 없는 감미로운 사랑이 자리잡고 있질 않으십니까?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장소가 고향 땅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파하란 하늘과 맞닥뜨린 산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 옆에 있는 큰 바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장소가 있습니다.
마음이 울적하고, 깝깝할 때 신학교 산책길과 선동 저수지의 오솔길을 걸을 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고, 마음이 편안해지며 주님과 함께 나누었던 사랑이 기쁨이 되어 마음 깊은 곳을 쓰다듬어 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 가지 못해도 그 곳만 생각하면 어렵고 힘들 때 큰 힘이 나고, 또 다시 새로운 기쁨을 찾아 떠나는 나그네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3번째 발현 사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를 위시한 다른 제자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새벽을 맞이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물을 배 오른 편에 던져 보아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듣고, 그물을 던져 153마리나 되는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자들은 어떤 생각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분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그들을 첫 번째로 부르실 때의 그 모습이 스쳐 지나갔을 것입니다.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시며 그들을 택하셨던 분, 언제나 따뜻한 사랑 안에서 참된 하느님의 진리와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던 그분이 먼저 생각났을 것입니다.
특히 베드로 사도에게 있어서는 이 순간이 더욱 더 주님과 맺었던 첫 사랑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최후 만찬 때 몸소 자기들의 발을 씻겨 주셨던 그분, 일일이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며 당신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셨던 그분에게 당신을 절대로 배반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지만 3번이나 완전히 주님을 거부함으로써 처절히 주님의 사랑에 찬물을 끼얹었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 친히 빵과 생선을 집어 그들에게 주십니다. 그리고 배반했던 베드로 사도에게 '왜 배반했느냐'고 묻지 않으십니다. 배반에 대한 질책과 나무람을 거두시고, 부족한 그를 끝까지 용서해 주시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다가가셨습니다. 무한하신 사랑이 모든 불신, 두려움, 슬픔, 고통, 역경 등을 이겨내는 순간입니다. 호숫가에서 맺었던 첫사랑이 완전한 사랑으로 승화되는 때입니다.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은 끝까지 사랑해 주시는 주님을 이 순간에 극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에서 맺으셨던 첫사랑을 부활하신 뒤에 완전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셨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똑같은 은총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체험한 장소와 시간이 각각 다릅니다. 그러나 그분의 감미로운 사랑은 누구나 자기 삶의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사랑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주님만이 홀로 사랑하시도록 내버려두지 맙시다. 주님과 맺었던 우리의 그 첫사랑이 열매를 맺어 완전한 사랑이 될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하여 주님을 바라봅시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 주시면서 당신의 모든 사랑을 건네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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