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외로운 예수님
-정호신부-
하루 하루 예수님의 수난일이 다가오면서 예수님은 비장한 마음으로 그 순간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신 예수님을 향해 많은 사람들은 오해와 시기, 멸시의 눈으로 그분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없애려 노립니다. 그리고 많은 무지한 사람들은 그들의 선동에 휘둘릴만큼 그리고 지금껏 당신과 함께 했던 제자들마저 당신을 버릴 것임을 아시는 상황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 무엇보다 예수님의 사랑스런 제자들이 그분을 버릴 것이라는 슬픈 음성입니다.
우리는 스승을 팔아넘긴 악한 제자 가리옷 사람 유다만을 배반자로 낙인찍지만 사실 복음에 등장하는 이 제자들 모두는 죽음을 앞둔 예수님을 떠나 도망가고 마는 다른 의미의 분명한 배반자들입니다.
요한복음은 유다만을 직접적인 죄인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예수님의 지적을 통해 죄인임이 드러난 유다뿐아니라 자신이 한 맹세에 빠져 스스로 배반의 길을 걷게 되는 베드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편에 서서 그분과 생명을 나눌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담담하게 이 사실을 인정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생각들 모두를 인정해주십니다. 스승에게 실망을 느낀 유다의 감정도 그대로 인정하시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놔두시며 베드로의 생각 역시도 고치려 들지 않으시고 그가 자신의 말이 얼마나 힘이 없었는지 느끼도록 그대로 두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유다와 베드로에 대한 말씀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지금 제자들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시고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지금 그들은 이미 예수님을 배반하며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이 가실 길이 지금은 혼자 걷는 길임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예수님을 팔기 위해 떠나버린 유다는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유다가 예수님을 떠나버렸음이 그가 차리리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애통해 하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아직 그분 곁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분 곁에 남아 그들의 약함을 바라보게 될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과 희망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렇게 주님은 혼자 사랑을 모두 지고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 곁에 있는 모두는 그분의 슬픔은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예수님 곁에 머무름을 유일한 자신들의 할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같이 있지만 혼자 계신 예수님, 그분을 바라보며 우리가 그분 곁에 머물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이 제자들과 같지는 않는지, 혹시 지금도 예수님께서 너무 슬프시진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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