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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언제나 함께 있지 않을 것이다’ - 정호신부님

도구 Ludovicus 2008. 3. 17. 07:30

‘나는 언제나 함께 있지 않을 것이다’
-정호신부-


예수님께서 살려주신 라자로의 동생들인 마르타와 마리아. 이 남매와 예수님이 얽혀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라자로를 살릴 때 언니 마르타가 한 행동, 곧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동생을 불러오는 행동의 이유가 된 사건이 오늘 복음에 등장합니다.

동생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 드리는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종이 주인이 길에서 돌아오면 하던 행동입니다. 그런데 그 발에 물이 아닌 향유를 붓고 자신의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아드렸다는 것은 정말 극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그분을 주인으로 대하는 행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로 마리아는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또 더 사랑받는 사람처럼 취급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이런 마리아의 행동이 아닌 그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한 제자의 눈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사용한 향유가 아주 값비싼 것이었기에 돈을 맡아있던 제자 유다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 향유를 팔았더라면 삼백 데나리온은 받았을 것이고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을 터인데 이게 무슨 짓인가?'

요한복음은 이미 유다에게 너그럽지 못하기에 그의 이런 말이 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이야기였다고 전해줍니다. 그러나 유다의 생각은 그냥 가치 없는 것으로 흘려들을 수만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너무나 흔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지적을 통해 유다가 다른 이가 나누는 사랑에 대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유로 다른 곳에 쓰여 지는 가치가 높은 물건의 사용을 문제 삼습니다. 그것을 차라리 이런 사람들에게 주면 될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랑이란 그것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에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그것의 가치가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 때 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줄 수 있는 순간은 그 때 뿐이니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지만 나는 언제나 함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말씀은 예수님은 그런 비싼 향유를 받으셔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은 늘 곁에 있어서 언제든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모든 것을 그들을 빌미로 다른 사랑의 가치를 절하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평가하고 이용하는 것이라는 속 뜻 조차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홀로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시기에 마리아의 행동 속에서 당신의 운명을 헤아리는 비통한 심정이시지만 제자인 유다는 같은 가치로 가난한 이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스승을 팔고 자신의 살 길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때이든 사랑이 일어날 때 우리는 유다와 같은 시각으로 그 일을 바라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은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선행이나 사랑의 실천을 다른 이유로 반대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글쓴이 : 촌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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