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손과 고양이 눈과 돼지의 심장
약 30년 전 대전교구에 유명한 조성옥 요한 신부님은 군종 신부님으로 계시다가 대전 대흥동 본당에 오셔서 사순절 특강을 하셨습니다. 그 때 나는 신부님의 옛날 얘기를 재미있게 듣고 마음에 새겨 두고 있어서 오늘은 그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옛날에 유명한 의사 셋이 주막에서 만났답니다. 그들의 의술은 가히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술을 자랑하기 시작하였답니다. 정형외과를 전문으로 하는 첫 번째 의사가 주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큰 쟁반을 깨끗이 씻어오라고 하더니 자신의 왼 손을 잘라 쟁반 위에 올려놓으면서 “주인장, 이 손을 잘 보관해 주시오. 내일 이 시간에 내가 이 손을 감쪽같이 붙여서 놓겠어요.” 그러면서 다른 의사들의 기를 꺾어 놓는 것처럼 기가 막히게 지혈도 하고, 한 손으로 모든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의사도 이에 질세라 주인장을 불러 큰 접시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자신의 오른쪽 눈을 뽑아 놓더랍니다. 그러면서 “나도 내일 이 시간에 여기 모여서 이 눈을 다시 원위치 시켜 놓을 것이니 잘 보관해 주시오.” 그러면서 자신의 의술을 자랑하듯 눈을 쓱 만지니 지혈도 되고 그러더랍니다. 그러자 세 번째 의사가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두 의사와 주인장을 보더니 “나는 심장이 없어도 한 이틀은 버틸 수 있답니다. 나에게 접시를 주시면 내 심장을 꺼내 놓고, 내일 감쪽같이 수술해서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주인장, 어서 접시를 가져 오시오.” 그래서 주인장이 접시를 가져오자 그 의사는 자신의 심장을 꺼내서 접시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쓱 쓱 만지자 금방 상처가 아물더랍니다. 그 셋은 볼일을 본다고 집을 나섰고, 모두 내일 그 시간에 만나자고 약속했답니다.
그 주막집 주인은 장난 끼가 아주 강한 사람이었답니다. 의사들의 호언장담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지만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 바꿔치기를 감행했답니다. 마침 어떤 사람이 화살을 맞고 주막에 뛰어 들어왔는데 금방 숨을 멎더랍니다. 그래서 그의 손을 잘라서 그 의사의 손과 바꿔치기를 하였는데 조금 후에 포졸들이 그 죽은 사람을 데려가더랍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말썽을 부리는 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죽으려고 하기에 고양이 눈깔을 그 의사의 눈과 바꿔치기를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 날을 마침 돼지를 잡는 날이어서 돼지의 심장을 꺼내 그 의사의 심장과 바꿔치기를 하였답니다.
이튼 날 정확하게 그 시각에 세 의사는 그 주막에 찾아와서 서로의 의술을 뽐내면서 그 쟁반과 접시에 놓인 손과 눈과 심장을 다시 잘 수술해서 가동시키는데 주인장과 사람들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들은 아주 기분 좋게 서로를 인정하면서 같이 여행을 떠났답니다. 얼마를 갔는데 갑자기 손을 이식 수술한 그 의사의 손이 옆 의사의 호주머니를 뒤지더랍니다. 그 손은 유명한 소매치기의 손이었답니다. 그리고 고양이 눈을 박은 의사가 쥐를 보더니 “쥐다. 쥐 잡자!”하며 쥐를 쫓더랍니다. 질퍽거리는 진흙탕을 본 의사가 진흙탕에서 놀다가자고 다른 의사들을 조르면서 뒹굴더랍니다. 그 의사는 돼지 심장을 박은 의사였답니다. 사람의 버릇은 정말 고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이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으며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여도 내 몸에 익은 방법대로, 내 양심과 복음의 정신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내 버릇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하느님을 품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는 악마와 같이 살 때가 더 많이 있습니다.
나는 자존심(自尊心)이 아주 강한 사람입니다. 아주 점잖은 말로 자존심이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기(傲氣)와 자만심(自慢心)이며 세상을 비웃는 냉소(冷笑)이고 버젓이 큰 소리 치며 살려고 하는 독기(毒氣)를 말하는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고집으로 살아보겠다고 그리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교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드러내놓고 살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전부 벗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에게도 그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한문을 공부하면서, 집안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아주 점잖다고 칭찬하시는 말씀에 고무 되어서, 성현들이나 성인들의 삶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말씀에 젖어서 군자가 되는 길만 생각하고, 양반이며 남자이며, 점잖고 의젓한 몸짓만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성당에 다니면서 거룩한 생활만 동경하고, 쓸데없는 고집으로 가족들을 고통으로 몰고 가면서도 그것만이 옳다고 고집피우면서 살았습니다.
내 인격 형성에 좋은 것도 물론 많이 있었지만, 고집과 자만심, 오기와 독기가 가득히 서린 잘못된 버릇을 또한 키우면서 살았습니다. 배고파서 굶어죽게 생겼어도 아쉬운 소리 하기 싫고, 금방 죽게 생겼어도 비굴하게 살기 싫다는 그 고집스러움과 자존심만 키우며 타협을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 왔습니다. 그래서 편견이나 편애가 심하고,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나의 실체인 것입니다.
오늘 수난 복음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처럼 변해 있는 것입니다. 내 교만에 가득 찬 자만심과 오기가 주님을 매일 십자가에 못 박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판단한 것들이 주님을 조롱하고, 모독하며, 매를 때리며, 못질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 그런 잘못된 버릇으로 주님을 고발하고, 주님께서 모욕을 당하시게 하고, 못질하면서도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둑의 손과 고양이의 눈과 돼지의 심장을 가지고 그 버릇으로 지금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면서도 그간의 잘못을 기워 갚는 좋은 버릇을 키워야 한다고 작정하면서도 절대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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