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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3주년 경축 미사 교황 대사 강론

도구 Ludovicus 2008. 3. 1. 23:05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3주년 경축 미사 교황 대사 강론
(2008년 2월 27일,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 성당)


친애하는 추기경님,
형제 주교님들,
그리고 그리스도 안의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저녁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를 위하여 기도하러 모였습니다. 베네딕토 16세가 그리스도의 뜻대로 가톨릭 교회를 이끌 수 있도록 주님께서 힘을 주시고 당신 성령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올해로 제3주년을 맞는 4월 19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기념일을 앞당겨 오늘 이렇게 경축하는 것입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교황직을 시작하실 때부터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근본 진리들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주의적이고 세속화된 세상에서 이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거듭 권유해 오셨습니다.
첫 회칙에서 교황 성하께서는 기쁜 소식의 중심 진리를 재확인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이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눈에 보이게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 구원을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어놓으심으로써 온 인류를 향한 따뜻한 사랑과 연민을 드러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대가로 우리에게 당신 사랑 안에 머물고 우리 삶 안에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굽이치는 삶에서 어떻게 굳건히 우리 신앙을 실천할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됩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그리스도교 희망에 관한 두 번째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말했듯이, 실제로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교황 성하께서는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말하는 구원은 당연한 기정사실이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에 맞설 수 있는 든든한 희망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구원받은 것입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현재라면, 그리고 우리가 이 목표를 확신할 수 있다면, 또한 이 목표가 힘든 여정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것이라면, 비록 고달프더라도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는 현재입니다”(1항).

희망이 없었던 이민족들과는 달리(에페 2,12 참조)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자신들을 희망의 사람들로 인식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이민족들에게도 신들이 있었고 종교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러나 그러한 신들은 의심스러운 존재로 판명되었고 그들의 모순된 신화에서는 아무런 희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처음부터 달랐던 것은, 희망이 있고 삶은 공허하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믿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은 미래가 확실하고 긍정적인 실재인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현재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2항 참조). 그러므로 참된 하느님을 아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희망을 얻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참된 하느님을 믿음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습니까?

교황 성하께서는 우리가 희망해야 할 대상이 세례 예식서에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제가 “하느님의 교회에서 무엇을 청합니까?” 라고 물으면 우리는 “신앙을 청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신앙은 그대에게 무엇을 줍니까?”라는 질문에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얻기를 바라는 것은 신앙을 통하여 받는 참 생명과 행복입니다. 결국 우리가 기도로 청하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우리 여정의 유일한 목적은 영원한 생명이며,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이 실재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언제나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이 알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이끌리는 참다운 ‘희망’입니다(12항 참조).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희망의 대상인 ‘영원한 생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교황 성하께서는 우리가 이 실재를 온전한 의미의 생명의 한 순간으로 이해함으로써 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이는 우리가 단순한 기쁨에 넘쳐 드넓은 존재 안으로 새로이 잠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요한 복음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12항). 다른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하고 이 “생명”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온전한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교황 성하께서는 “죽지 않으시고 생명 그 자체이시며 사랑 자체이신 분과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우리는 생명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가 ‘살아가는 것입니다.’”(27항) 하고 결론내리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원한 생명 또는 하늘나라가 나만을 위한 희망이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과 맺는 관계는 언제나, 당신 자신을 모든 사람의 몸값으로 내어 주신 분(1티모 2,6 참조)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이루는 친교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도록 이끌고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언제나 일깨웁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결코 오지 않을 미래에 자리 잡은 상상의 피안이 아닌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분의 나라는 언제나 그분께서 사랑받고 그분의 사랑이 우리에게 다다르는 모든 곳에서 지금 여기에 현존합니다(31항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곧 한국을 떠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교황 성하께서 제게 맡기신 새 임무를 시작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희망의 증인들이 되도록 권고합니다. 그리스도의 메시지는 ‘기쁜 소식’입니다. 이 소식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의 미래는 공허함이 아니라 우리 창조주이시며 구세주이신 하느님과 친교 안에 누리는 삶의 기쁨과 충만함이 될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지상 순례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풍요로운 생명이며, 행복과 평화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으로서 한 공동체를 이루어 이러한 최종 목적지에 함께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다운 나라 한국에서 여러분이 베풀어 주신 따뜻한 환대와 여러분과 함께하는 동안 보여주신 우정의 표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을 언제나 잊지 않고 늘 기도 중에 기억할 것입니다. 시간이 빠듯해서 많은 벗들을 일일이 만나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언제나 제 마음 속에 특별하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 3년 동안 한국 주교님들께서 보여 주신 우정과 소중한 협력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황 성하를 위한 이 미사를 마련해 주신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주교님들께서 각 교구의 신부님과 수도자들, 신자들에게도 인사와 감사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정진석 추기경님과 서울대교구의 세 분 보좌 주교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황 대사관이 이 교구에 있어서 그분들의 친절하고 너그러운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곳 주교좌 성당에서 여러 공식 행사들이 열릴 때마다 저를 환대해 주신 명동성당 주임 박신언 몬시뇰과 협력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 한국 가톨릭 평신도 단체들의 지도자들과 회원들에게도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평신도 여러분, 교회는 여러분을 자랑스러워하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을 언제나 특별한 영광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교회를 위한 여러분의 봉사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가톨릭 교회를 세운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러분의 소중한 협력을 계속해 나가도록 격려합니다.

남북한 교회와 국민들을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자애로운 사랑에 맡겨 드립니다. 성모님께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함께 이 땅의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 당신 아드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강복하시고 보호하시며 언제나 당신 사랑 안에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

주한 교황 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