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삐었나요? 한 소녀가 어느 날, 옛날에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보냈던 사랑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소녀는 그 편지를 그대로 베껴 썼다. 그리고 그 편지에 남자의 이름으로 싸인을 했다. 소녀는 그 편지를 자기 자신에게 보냈다. 그녀는 그것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보여 주었다. 아버지는 그 편지를 읽고는 화산이 폭발하는 듯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는 딸에게 호통을 쳤다. “이 녀석은 정말 엄청난 얼간이로구나! 너는 이 녀석에게 근처에서 얼쩡거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라!” 그녀의 아버지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우리 집안에서는 그런 백치는 원하지 않는다. 이따위 어리석은 편지를 쓰는 바보는 정신병원에다가 처박아 버려야 해!” (오쇼라즈니쉬 / 배꼽과 과녁 - 편지) 지나간 다음에 아주 오래 전에 자신의 글을 읽어보거나 편지를 보면 그렇게 유치하고 형편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전혀 유치하지 않았고, 아주 심각하기까지 했었던 것들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완전히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미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미쳐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미쳐 있다고 하지만 유독 자신만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눈에 꽁 깍지가 씌었다.’고도 하고, ‘미쳤다. 완전히 미쳤어, 눈에 보이는 것이 없구나.’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또 일에 빠져 있으면, 어떤 사람을 사랑해서 봉사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넋이 빠져 있게 됩니다. 내가 1981년에 꽃동네를 처음 방문했을 때입니다. 그날 길에 버려진 한 할머니를 꽃동네에 데려왔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할머니를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와서 목욕탕에서 한 자원봉사자 아가씨가 씻겨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그 봉사 아가씨가 같이 붙잡고 울고 있어서 나와 같이 간 학생들이 목욕탕에 들어가 보았더니 할머니가 욕창을 앓고 있어서 엉덩이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그 봉사자 아가씨가 그걸 손으로 전부 씻어내면서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할머니랑 같이 울고 있더랍니다. 그 자원봉사자는 대학원을 다니는 아주 연약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봉사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도 봉사도 미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길에서 ‘예수를 믿어야 천당 가고, 불신이면 지옥 간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봅니다. 사람들은 가면서 ‘완전히 미쳤어, 미쳤다고, 저런다고 누가 믿겠어!’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미친 듯이 믿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대충대충 믿는다고 말만 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믿음과 사랑은 미친 듯이 화끈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자는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호사하는 재미에 빠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령 그가 살아서 다른 사람에게 지옥과 천국을 아무리 잘 설명해도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듣지도 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부자가 세상사는 재미에 푹 빠져 눈이 삔 것처럼 잠시 나그네의 인생을 헛되게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눈은 어디에 완전히 삐어있는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 이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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