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용(顯聖容)
어려서 하늘의 별을 보면서 별자리를 익히느라고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샛별이나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북극성은 아주 잘 알아봅니다. 그러나 곰이나 전갈 물고기 사자성 등은 아직도 잘 모릅니다. 별자리를 가지고 만든 많은 전설이나 신화 이야기들은 지금도 정말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려서 은하수를 보면서 정말 물이 흐르는 큰 강이 하늘나라에 펼쳐져 있는듯해서 견우와 직녀성이 서로 은하수를 두고 울고 있는 것 같은 많은 상상을 하였었습니다.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떨어져 있는 별들이 어느 것이 견우와 직녀성인지 오히려 지금은 더 못 알아보겠습니다. 은하수도, 북두칠성도, 별똥별도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별 볼일이 없는 것인지, 별을 볼 수 없는 것인지, 이제 내 맘에 그런 마음이나 감정이 모두 없어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별을 보려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골이나 섬에 가야 보이니 말입니다.
은하수를 보면서 그 속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릴 수 있는데 별들을 조합해보면, 엄마의 얼굴도, 할머니의 얼굴도 아버지의 얼굴도 그려집니다. 웃는 모습이나 슬퍼하는 모습도, 안개처럼 모호한 아름다운 얼굴도 모두 그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감히 용기를 낼 수 없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겁도 없이 하얗게 눈이 내린 공동묘지 한 복판에서 벌떡 누워 은하수를 바라보면 별빛과 눈빛에 어우러진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건을 쓴 성모님의 모습도 그려졌습니다. 군인을 갔을 때 야간 야영 훈련을 하는 날 하늘의 은하수를 보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백 개도 더 넘게 보이는 것입니다. 웃는 얼굴, 야단치는 얼굴, 애교머리 한 얼굴, 뛰어오는 모습이 은하수에 가득 그려지고 가슴에 금방 떨어질 것 같고 잡으면 잡힐 것 같아서 울면서 은하수에 빠져보고 싶었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해가 떨어지고, 사방이 캄캄하면 별은 빛을 더욱 발하고 영롱하게 살아납니다. 아름다운 빛은 더욱 영롱하고 또렷해서 그 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왜 그렇게 환하고 아름다웠는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느님의 모습을 아무리 그려봐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천지창조나 최후의 만찬이나 현성용(顯聖容) 성화에서 볼 수 있는 주님의 모습을 아무리 상상해도 그려지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이 하느님을 닮지 않고, 하느님이 마음 안에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의마심원’(意馬心猿)이기 때문입니다. <뜻은 날뛰는 말과 같고, 마음은 떠드는 원숭이와 같다.>라는 말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며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분께 마음과 뜻이 가 있다면 어찌 그릴 수 없겠습니까? 그러나 내 뜻과 마음이 그 분을 떠나 있기 때문에 주님이 그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에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말 사랑의 하느님을 그릴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의 헛된 것에 마음이 다 가 있으니 인자하시고 자상하신 하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서 쫓아내시는 무섭고, 어렵고, 찾아뵙기 힘든 분이고, 내가 만난다면 그 즉시 죽음이라는 공식 안으로 내 몰아칠 하느님만 그려지고 생각나는 것이고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벌벌 떨 수밖에 없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 말라.”라고 하셨나 봅니다. 지금은 주님의 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모습이 거룩히 빛나는 형성용(顯聖容)의 모습은 정말 매일 대하고 싶은 환상의 모습입니다.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당신처럼 내가 변하기를 바라시고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둡고 침침하고,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내 모습을 바꿔주시기 위해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내가 변하려고 노력한다면, “주님께서 야, 너 멋지다. 나를 많이 닮았다. 나를 닮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네 노력이 가상하다. 장하다. 얘야.” 하실 것입니다. 주님, 어떻게 해야 당신을 닮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 쉽게 좀 가르쳐 주십시오.
~ 이창순 야고보 선생님의 묵상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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