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가족들 안 왔으면…" 태안 주민들의 막막한 설 맞이
“차라리 가족들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주민 김현(34)씨는 끝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설 명절이지만 김 씨에게 이번 명절은 ‘없었으면 좋았을’ 혹은 아무도 모르게 ‘그냥’ 지나쳐 갔으면 하고 바라는 날일 뿐이다.
김 씨는 “직장 생활 때문에 명절이나 되어야 만나는 가족들이지만 이번 설 명절엔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향의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할 가족이나 또 그런 가족을 보는 주민들이나 마음 아프기는 매한가지 아니겠느냐”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박명선(46)씨는 “주민들도 그렇지만 타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찾는 것을 오히려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의항리 뿐 아니라 태안 지역 대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노인은 “조상님들께 쓴 막걸리 한 잔 못 올리고 손자.손녀 양말 한 켤레도 사 줄 수 없는 못난 늙은이가 돼버렸다”며 “밖에 나가있던 가족들 보는 것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족들이 차라리 찾지 않는 게 낫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노인은 이어 “태안 주민 전체가 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럼 의항리 뿐 아니라 태안 지역 주민들이 타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귀성을 반길 수만 없는 것은 기름 유출로 ‘죽어버린’ 바다와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최근 생계비 배분과 관련해 흉흉해진 마을 인심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생계비 지원 규모를 두고 마을과 마을간 또 이웃과 이웃간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이 태안 지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이 같은 주민들간 감정의 골이 결국 정부와 충남도 등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식 일처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 김진성(35)씨는 “정부와 충남도 등 상급기관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생계비를 지원한 것은 떼로 있는 짐승들에게 큰 고깃덩어리 하나를 툭 던져준 꼴”이라며 “이 같은 무책임한 행정 조치가 결국 주민들간 갈등은 물론 자해소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선씨는 “일을 빨리 수습해서 피해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나 충남도 등이 긍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세상 살아가는 게 참으로 갑갑하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대전CBS 신석우 기자 dol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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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주민 김현(34)씨는 끝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설 명절이지만 김 씨에게 이번 명절은 ‘없었으면 좋았을’ 혹은 아무도 모르게 ‘그냥’ 지나쳐 갔으면 하고 바라는 날일 뿐이다.
김 씨는 “직장 생활 때문에 명절이나 되어야 만나는 가족들이지만 이번 설 명절엔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향의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할 가족이나 또 그런 가족을 보는 주민들이나 마음 아프기는 매한가지 아니겠느냐”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박명선(46)씨는 “주민들도 그렇지만 타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찾는 것을 오히려 미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의항리 뿐 아니라 태안 지역 대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노인은 “조상님들께 쓴 막걸리 한 잔 못 올리고 손자.손녀 양말 한 켤레도 사 줄 수 없는 못난 늙은이가 돼버렸다”며 “밖에 나가있던 가족들 보는 것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족들이 차라리 찾지 않는 게 낫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노인은 이어 “태안 주민 전체가 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처럼 의항리 뿐 아니라 태안 지역 주민들이 타지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귀성을 반길 수만 없는 것은 기름 유출로 ‘죽어버린’ 바다와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가슴 한 켠에는 최근 생계비 배분과 관련해 흉흉해진 마을 인심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생계비 지원 규모를 두고 마을과 마을간 또 이웃과 이웃간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이 태안 지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이 같은 주민들간 감정의 골이 결국 정부와 충남도 등 행정당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식 일처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 김진성(35)씨는 “정부와 충남도 등 상급기관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생계비를 지원한 것은 떼로 있는 짐승들에게 큰 고깃덩어리 하나를 툭 던져준 꼴”이라며 “이 같은 무책임한 행정 조치가 결국 주민들간 갈등은 물론 자해소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선씨는 “일을 빨리 수습해서 피해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나 충남도 등이 긍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세상 살아가는 게 참으로 갑갑하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대전CBS 신석우 기자 dol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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