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첫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이다.
공관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으로 묘사한다.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라 나섰고 그분과 함께 하룻밤을 묵는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묵는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도 그분과 하룻밤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 밤이 지났을 때 안드레아는 자기의 형 시몬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고백한다.
예수님과 묵는 동안 제자들은 그분이 메시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끔 동창 신부들과 휴가를 맞춰 떠난다.
속속들이 서로 안다고 자부하는 사이인데도 여행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사에 앞서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여행 계획,
숙소도 서로 뜻을 맞추어야 한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와 지칠 때는 서로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묵는 것이 어찌 편하기만 하겠는가?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면
‘다음 여행은 홀가분하게 혼자 떠나리라.’고 다짐하지만
휴가 때만 되면 다시 동창 신부들을 찾게 된다.
‘함께 묵는다.’는 것은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삶 안에 온전히 머무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머물기를 바라신다.
번잡한 일상과 걱정을 뒤로한 채 세상일에서 눈과 귀를 닫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신다.
하루 가운데 주님과 머무는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맞이한다면 우리도 안드레아처럼 고백할 수 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주영길 신부(청주교구 봉방동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