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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연료비 1만원, 전기자동차 타볼까

도구 Ludovicus 2009. 12. 31. 15:43

한달 연료비 1만원, 전기자동차 타볼까

[한겨레] 내년 3월부터 도로주행…가격 비싼건 '흠'


국내업체, 도심 출퇴근용 '이존' 출시 채비

내년부터 전기자동차를 도로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전기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은 지자체별로 지정된 시범도로에서만 주행할 수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시내 주요도로 대부분이 시범도로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유지비가 강점이어서 도심 출퇴근용으로 점차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기에는 갈길이 멀다. 일반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인프라가 미흡한 탓이다.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최고 속도는 시속 60㎞ 이내의 저속차로 제한했다.

■한달 충전료 1만원 이내

국내에서 전기차 사업을 준비해온 선두주자는 전기차 생산 전문업체인 시티앤티(CT & T)다. 이미 '이존'(eZONE)이라는 승용형 모델 개발을 마쳤고 일반도로에 전기차가 다닐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기만을 기다려왔다.

이존은 전장(길이) 2570㎜에 전폭(너비) 1440㎜로 경차보다 더 작은 크기의 2인승 승용차다. 납축배터리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납축배터리가 더 무겁기 때문에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더 짧다. 납축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50~70㎞를 달릴 수 있고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100~110㎞를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70㎞다.

일반 220V 콘센트에 꽂아서 충전할 수 있고 한번 충전할 때 6.1㎾h의 전기를 사용한다. 한달에 20번 충전해 2000㎞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전력사용량은 122㎾h로 전기요금은 1만원 정도(심야전력 사용 기준)에 불과하다. 다만 누진세가 적용될 경우 전기요금은 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거리를 경차로 달렸을 때(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연비 17.0㎞/ℓ 기준) 휘발유값 19만원과 비교한다면 유지비는 엄청나게 낮은 셈이다. 모터는 거의 반영구적이고 배터리도 5000번 이상 충전이 가능해 별다른 추가 유지비용도 들지 않는다. 저속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아 보험료도 일반 차량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차에 비해 차값이 좀 비싸다. 납축배터리 모델은 1300만원, 리튬폴리머 모델은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반 경차(마티즈 크리에이티브 906만~1089만원)에 견주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닐 수 있는 길도 한정돼 있어 활용도도 떨어진다. 시티앤티 관계자는 "우리 차는 도심 출퇴근용의 세컨드차량"이라며 "정부가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감안해 보조금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업체 전기차 봇물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이미 전기차 개발 경쟁에 진입했다. 르노는 2020년이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전기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2종류의 양산이 가능한 차량을 공개했다. 르노삼성의 에스엠(SM)3를 기반으로 한 준중형급 전기차는 2011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미쓰비시는 이미 전기차 '아이미브'를 상용화해 일반에 판매중이며 닛산도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인 '리프'를 내년에 판매할 계획이다. 지엠도 전기차 '볼트'를 내년에 북미시장에서 시판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형차 브랜드인 스마트의 전기차 모델을 내년부터 일반에 판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배터리 가격이 고가라서 휘발유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충전인프라 부족, 차량 안전성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전기차 시대가 오는 것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현대차는 경차인 '아이텐'(i10)의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이긴 했지만 전기차의 대중적 실용화는 2030년이나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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