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흥시자율방재단 단장김성기입니다
“참혹한 재앙의 현장,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유가족들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2005-02-01 오전 10:09:00
[ 김성기·한국구조연합회 상황실장 ]
김성기(56) 씨는 평소에는 전기설비 관련 자영업을 한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구조와 복구에 헌신하는 타고난 구조대원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구조활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탤런트 정동남(55·현 한국구조연합회 회장) 씨를 만나 지금은 민간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먹고 사는 정도만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다”는 것이 김성기 씨의 인생 철학이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한국구조연합회 31명의 대원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한국인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푸켓 북단 카오락 지역 인근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카오락은 푸켓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인도양을 접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 해변이 인상적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였다. 아름다운 해변을 한순간에 참혹한 재앙의 현장으로 만든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 구조활동을 다녀온 김성기 씨의 생생한 수기를 공개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구조활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탤런트 정동남(55·현 한국구조연합회 회장) 씨를 만나 지금은 민간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다. “내가 먹고 사는 정도만 되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다”는 것이 김성기 씨의 인생 철학이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한국구조연합회 31명의 대원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한국인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푸켓 북단 카오락 지역 인근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카오락은 푸켓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인도양을 접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 해변이 인상적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였다. 아름다운 해변을 한순간에 참혹한 재앙의 현장으로 만든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 구조활동을 다녀온 김성기 씨의 생생한 수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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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기·한국구조연합회 상황실장 ⓒ뉴스한국
외국 구조대는 사고 당일 또는 다음날 긴급 수송기를 띄우는데 세계화 기치를 내건 우리나라는 언제쯤 구조대를 보내나 마음이 다급해졌다. 마침내 31일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태국 푸켓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해서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와 상황실 텐트안에서 바쁘게 교신을 치고 있는 태국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보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감을 알 수 있었다. 우리를 만난 민간자원봉사자들은 고마워하면서도 “왜 이제야 도착했느냐, 좀 더 빨리 와서 도와주지 그랬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오열하는 유가족들 위해 집중수색에 매진
다음날인 1월 1일 아침, 푸켓 섬 북쪽 카오락 해변을 통과하는 동안 지진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정말 신혼여행의 단꿈을 꾸던 휴양지였나 싶을 정도로 참혹했다.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아달라며 애타하고 침통해하는 유가족들을 보니 저들을 위해 무엇인가 도움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생존자를 찾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해일이 밀고 들어간 것이 벌써 며칠 전이어서, 이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수장되어 있는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우선은 유가족들이 사체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우리는 해상수색팀, 육상수색팀, 방역팀으로 나누어 활동했다. 육상팀은 해안변에 2∼3층 건물의 리조트들이 즐비했던 자리가 처참하게 파괴된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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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썩어가는 시체와 동식물에서 나는 악취를 참아가면서 파리나 구더기가 많은 곳을 집중 수색했다. 무너진 지하실 등은 직접 기어들어가서 확인하고 돌무더기, 나무더미 등을 들어내 가면서 수색에 매진했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이는 시체는 없었고, 떨어진 살점과 머리카락, 어류와 식품이 썩는 냄새만 진동할 뿐이었다. 간혹 피해가 없는 높은 지역의 상점들은 영업을 개시한 곳도 있었다.
사체 잔해 수습 어려워
이튿날부터는 수색방법 및 장소를 바꾸어서 10∼20킬로미터씩 이동하면서 건물 주변에 있는 여권, 사진 등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증거물들을 수거했다. 한 독일사람의 명함도 발견했는데 우연히 가게에서 만난 독일인에게 그 명함을 줬더니 자신의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친구에게 줬는데 그 친구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해변으로 이동하며 현지민들이 도움을 요청한 곳을 수색하다 보니 정글 속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갑자기 첫 번째 수색조에서 다급한 무전소리가 들렸다. 시체를 찾았는데 위치 확인과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깊은 정글인 데다 해일이 밀어닥쳐 길이 사라져버려 아래는 2∼3미터 낭떠러지, 발을 디디면 깊이 빠지는 곳도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4시간여의 사투 끝에 해질 무렵에야 시체를 발굴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코브라 서식지로 현지인들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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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구조기간 동안 카오락 인근 해변을 다 훑어 발굴해낸 시신은 총 38구. 거의 파내다시피 한 작업이라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 팔다리가 잘려진 것은 물론 코가 뭉그러지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시체도 있었다.
부패한 시체 악취와 전염병 창궐 위험
이란 대지진 당시 구조활동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 연막방역기를 두 대 가져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서 매우 귀중한 장비였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데다가 사방에서 부패한 사체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시체들에 대한 소독뿐 아니라 도로 곳곳을 다니면서 방역작업을 해주었다.
재난 구조 활동은 재앙으로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힘과 위안이 되어준다. 다른 나라에서도 봉사단은 많이 왔지만, 실제로 구조봉사단은 태국 현지인들과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현지인들은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관광수입이 너무 줄었다고 울상이었다. 이들은 원상복구해서 아직 찾지 못한 시신들을 빨리 묻어버리고 수습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을 비롯한 각국 봉사단은 좀 더 시신을 찾으려 하다 보니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부패한 시체들로 인해 악취와 전염병이 나돌 위험이 컸다.
도울 수 있는 재난은 모두 함께 돕자
구조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구조용 장비다. 내가 일해서 버는 수입의 대부분은 구조용 장비 구입에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비들을 공급해준다면 국위도 선양하고 제품도 홍보하는 이중효과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현지에 기증을 하고 오면 그 제품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현지인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사용할 것이다.
이번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봉사하러 간 것이었기에 어느 정도 지원이 됐지만, 과거 이라크에서 구조활동할 때에도 대원들 모두 자비를 들여 간 것이었다. 이 일은 마음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장비도 한두 푼이 아니고 전문기술과 의욕도 물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문 구조 인력이 소방 공무원 중심이어서 민간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다. 정부와 민간이 따로 움직이면 효율적인 구조나 복구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정부에서 민간 합동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해서 ‘도울 수 있는 재난’에는 함께 대비해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난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뒷정리를 하는 이들은 관이 아니라 자원봉사를 하는 민간인들이다. 이왕 갈 거면 일분 일초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해서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터전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유가족들에게 그래도 힘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구조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구조용 장비다. 내가 일해서 버는 수입의 대부분은 구조용 장비 구입에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장비들을 공급해준다면 국위도 선양하고 제품도 홍보하는 이중효과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현지에 기증을 하고 오면 그 제품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현지인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사용할 것이다.
이번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봉사하러 간 것이었기에 어느 정도 지원이 됐지만, 과거 이라크에서 구조활동할 때에도 대원들 모두 자비를 들여 간 것이었다. 이 일은 마음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장비도 한두 푼이 아니고 전문기술과 의욕도 물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문 구조 인력이 소방 공무원 중심이어서 민간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다. 정부와 민간이 따로 움직이면 효율적인 구조나 복구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정부에서 민간 합동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해서 ‘도울 수 있는 재난’에는 함께 대비해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난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뒷정리를 하는 이들은 관이 아니라 자원봉사를 하는 민간인들이다. 이왕 갈 거면 일분 일초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해서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터전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유가족들에게 그래도 힘내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출처 : 재난자율방재사
글쓴이 : 맥가이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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