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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계 선교지에서 온 부활 축하 편지

도구 Ludovicus 2009. 4. 24. 20:21

세계 선교지에서 온 부활 축하 편지

지구 곳곳에서 마음의 손 잡고 다함께 부활의 춤을!

 부활을 맞은 지구촌은 기쁨의 노래로 가득하다. 세계 곳곳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선교사들에게 '부활 인사'가 날라왔다. 예콰도르의 베로니카 수녀 말대로 우리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함께 손잡고 멋진 부활의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 지구촌 곳곳의 모든 이들이 한 가족이 되어….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유럽

 ▶페로 제도-이연희 수녀(플로렌스,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 수녀회)
 


 
▲ 이연희 수녀와 유치원 아이들이 꽃씨를 뿌리고 있는 모습.
 
 대서양해협에 눈꼽만한 점으로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의 중간 지점에 있는 페로 제도에서 부활 인사를 드립니다. 이곳은 우박, 비, 눈, 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고나 할까요? 성금요일엔 대부분 집들에 국기봉과 예수님의 죽음을 기리는 조기를 달아 오후 3시까지 온 세상이 죽음의 침묵으로 조용합니다. 부활 둘째 날 오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색칠한 삶은 달걀들을 들고 언덕배기로 갑니다. 이른바 '부활달걀 굴리기'를 하는 거지요. 아이들이 높은 언덕에서 달걀을 굴리면 부모들은 이를 주워 아이들에게 던져주고, 아이들은 달걀이 깨지고 으스러질 때까지 굴립니다. 어르신들에게 이 풍습의 의미를 물었는데, 제대로 모르시더군요. 그러나 모든 이의 짐작은 비슷합니다. 새 생명을 얻기까지 얼마나 자신이 깨어지고 으스러져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지요. 이번 부활엔 잠자고 있는 자신 굴려 깨어지고 으스러진 후에 다른 이들의 먹이가 되어 그들 안에 그리고 내 안에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아프리카

 ▶잠비아-김무열 수녀(임마누엘라,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잠비아에서 농업 기술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며 작은 옥수수 한 알에서 백배보다 더 많은 수확의 은총을 체험하고 있는 임마누엘라 수녀입니다. 지난해 성주간 양계장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납니다. 1200마리의 닭들이 질병으로 죽고, 극기야 바닥에 주저 앉아 울다 생각하니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습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그날 분명히 주님께서 부르시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울지 말아라 내가 너에게 더 많은 은총을 내리겠다."

 올해 부활 바구니에 지난해 부활에 체험한 예수님 사랑을 전해 드립니다. 지금 갑상선 암으로 요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빨리 소임지로 돌아가 주님의 큰 은총을 체험하고 싶습니다.

 

 ▨아시아


 
▲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 김성철ㆍ송지영 부부.
 

 ▶필리핀-선교를 위한 국제청년공동체 ICPE 김성철(도미시아노)ㆍ송지영(캐롤라인) 부부

 필리핀에 온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날씨와 환경오염 탓으로 감기와 습진으로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냈어요. 저희는 가난한 지역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후원자를 연결해 주고 있어요. 의사들과 연계해 진료도 받게 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이 박테리아에 노출돼 있고, 재정적으로도 풍족하지 않지만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동안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저를 행복하지 못하게 했는지요.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부활되세요.

 

 ▨남아메리카

 ▶칠레-성골롬반외방선교회 부부 평신도 선교사 박정호(스테파노)ㆍ손선영(가타리나)

 며칠 전 제가 일하는 공소에서 한 형제를 만났습니다. 아침에 인사를 했는데 제가 눈길도 주지 않았다며 섭섭해 하셨습니다. 아직 제게 사람들 이름을 외우지 못해 인사하는 분들을 무안하게 해 드렸는데 제대로 항의를 받은 것입니다. 어쨌든 그 형제님 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게 됐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활절을 맞습니다. 그간 저희들의 무관심과 냉대가 섭섭하셨을까요? 사흘 전에 그렇게 지나쳐가신 예수님께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는, 그 분이 누구신지 어떤 분인지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모든 불확실함들이 확실함을 얻는 것. 그것이 부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불확실하고 중심을 잡기 힘든 세상, 오늘 그분과의 재회가 안개 속을 걷는 우리에게 신선한 아침햇살로 비춰지길 기도해 봅니다. 이곳 칠레에서 지구 반대편 한국까지요.

 

 ▶페루-의정부교구 황주원 신부


 
▲ 페루 리마에서 본당 청년들이 직접 준비한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전례를 하는 모습.
 

 옛 잉카의 수도인 꾸스코에서도 멀리 떨어진 작은 시골에 있는 미카엘 신부입니다. 이곳은 부활의 기쁨 보다는 성금요일 전례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마 외곽의 본당 청년들은 오랜시간 준비한 수난극을 재현합니다. 그것은 이들이 받았던 식민 역사의 아픔과 가난의 고통이 묻어 있기에 모두가 공감을 하는듯 합니다. 고통을 넘어선 부활과 예수님을 통해 주어진 해방과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입니다. 그렇지만 여기 함께하는 신자들의 삶의 힘겨움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 속 부활은 남미 선교사와 주님의 백성이 찾아가야 할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에콰도르-김 베로니카 수녀(예수 그리스도 수녀회, 구아야낄교구)

 이곳은 더운 우기입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주민들이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는데, 가난과 질병의 고통으로 찌들린 매일의 삶이 십자가의 길인데 따로 십자가의 길을 봉헌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통스러운 우기 동안 온갖 벌레들과 싸우다 부활절을 전후해 기후가 바뀌어 한숨을 돌리니 바로 부활하신 주님의 특별한 배려인가 봅니다. 지난해 에이즈로 고통받는 동네 아저씨를 모시고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의사가 희망이 없다고 했을 때 마지막 순간이려니 했는데 죽음 앞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그가 지금은 저를 도와 에이즈 예방교육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에서 부활의 아름다운 메시지를 듣는 것 같습니다. 우리네 삶이 고통스러울 때 지구 반대편에서 나보다 더 고통을 겪는 이웃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분 안에서 우리 사랑으로 손을 맞잡고 멋진 부활의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요?

 


 ▶브라질-임경애 수녀(마리로사,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 재봉과 퀼트를 가르치고 있는 엄마들과 함께. 앞줄 가운데가 임경애 수녀.
 
 축! 부활. 상파울로에서 부활 인사드립니다. 지구촌 소식들은 우울하지만, 그러기에 더 소중한 기다림이 주님 부활이 아닌가 합니다. 브라질은 무더운 여름이 지나 부활을 맞이 한답니다. 이곳 부활절 풍습은 초콜렛 달걀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랍니다. 지난해에는 저희 공동체'엄마의 품'에서도 초콜렛 달걀을 만들어 엄마들과 가족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저희는 도시빈민사목의 일환으로 가난한 엄마들에게 재봉과 퀼트를 가르치며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있습니다.

 

 

출처: 평화신문 2009.04.10

출처 : 평화의 사도들
글쓴이 : 토마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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