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선물 / 주님 세례 축일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요르단 강에서 세례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또한
교회 전례력으로 연중시기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으로써 우리에게 건네시는 말씀을 각자 마음 안에 새겼으면 합니다.
저는 ‘세례’란 단어를 생각하면 기억나는 한 자매님이 있습니다. 그 자매님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매주 교리와 미사 시간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습니다. 아버지를 옆에서
부축하며 성당을 오고가는 자매님의 모습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얼마나 아버지
마음에 드는 딸일까!!’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사실 예수님의 삶은 늘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삶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 받으시어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부터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늘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사셨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당신 자신의 뜻을 꺾으신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이 예수님의 진정한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
안에 일치해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야말로 ‘사랑받는 아들, 아버지 마음에 드는 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이 아니셨음에도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회개의 세례를 몸소 받으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 모두가 세례를 통해 새로 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례를 통해 새로 태어난 모든 이들은
하느님의 자녀들임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살 수
있는 것은 큰 선물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든든한 후원자이신 아버지 하느님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은 거기에 따르는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고 있는지 늘 스스로에게 물으며 그 길을 걷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필요로 하십니다. 세상의 필요한 곳에 하느님을 모셔다 드리기
위해서 우리가 하느님의 어깨가 되어드려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