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 강론 : 성모 마리아의 역할과 믿음
어느 날 한 사람이 당나귀를 빌리려고 옆집에 사는 절친한 농부를 찾아갔다. 당나귀를 빌려달라고 하자 절친한 농부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안됐군. 벌써 다른 사람이 빌려가고 없는 걸.”
바로 그때 마구간에서 당나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울음소리를 들은 친구가 농부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없다더니 저 울음소리는 뭔가?”
그러자 농부가 화를 내며 말했다.
“자넨 지금 내 말을 믿는 건가 아니면 당나귀의 말을 더 믿는 건가?”
대림초에 촛불이 네 개 켜졌다. 대림 제4주일의 주인공은 물론 곧 오실 주님이시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분이 곧 성모 마리아다. 성모님께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계획에 믿음으로 응답함으로써 예수님을 이 세상에 낳으셨다. 방금 들은 루카 복음이 바로 그 내용이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낳으리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에 “예”라고 응답함으로써 예수님의 성탄이 이루어졌다. 성모님의 이런 응답이 없었더라면 주님께서 이 세상에 나실 수 없었을 것이다.
성모님의 이런 태도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의 태도와 아주 잘 비교된다.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에 앞서 즈카르야에게 나타났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하느님의 계명을 성실히 지키며 의롭게 사는 부부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원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부부가 나이가 너무 많아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부부가 얼마나 기도했겠는가? 성서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아이를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부부의 기도를 당장 들어주시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의 기도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들어주셨다. 이 부부의 기도와 공로가 쌓이고 쌓였을 때 기도를 들어주셨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기도했다고 치면 40년 이상 아이 하나만 달라는 한 가지 지향으로 기도했을 것이다. 때가 차자 드디어 하느님께서는 이들 부부에게 아이를 하나 주셨는데 그 아이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운다. 즉 헛된 기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을 우리는 즈카르야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즈카르야는 40년 이상 기도해서 아이 하나를 얻었는데, 우리는 무슨 필요한 것이 있으면 며칠 기도하다가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느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는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믿음으로 청하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신다. 그러나 먼저 기도가 쌓일 만큼 쌓여야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몇 번 기도하고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얌체 같은 짓이다. 그리고 언제 그 기도를 들어주시는가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소관이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기도를 당장에 들어주시기를 원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때 들어주신다. 하느님께서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보다 조금 앞에 와서 미리 준비하게 마련하시려고 즈카르야가 40년 이상 기도해도 들어주시지 않다가 때를 맞춰 아들을 주신 것을 생각하면 기도할 때 조급할 필요가 없다.
드디어 때가 되자 하느님께서 즈카르야에게 아들을 주시려고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셨다. 즈카르야가 예루살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동안 제단 오른쪽에 천사가 나타났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루카 1,13). 이 말을 듣고 즈카르야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 1,18). 즈카르야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확실한 징표를 요구했던 것이다. 믿음이 약한 이런 태도 때문에 즈카르야는 결국 벙어리가 되어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말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모님은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낳으리라는 천사의 말에 “예”라고 응답했다. 의심이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평범한 말 같지만 인간의 역사를 바꾼 엄청난 말이다. 성모님의 이런 대답이 없었더라면 예수님의 성탄도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성모님은 이해하기 어려운 하느님의 계획에 믿음으로 순종해 아기 예수님을 이 세상에 낳았다. 그래서 오늘 대림 제4주일의 핵심적인 인물은 성모 마리아다. 지난 대림 제3주일의 핵심적 인물이 세례자 요한이었다면 오늘의 핵심적 인물은 성모님이다. 세례자 요한은 솔직 담백한 태도로 그리스도를 증언했고 성모님은 깊은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낳았다.
오늘 대림 제4주일에 성모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자. 성모님 덕분에 우리에게 구세주께서 오실 수 있었다.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성모님의 믿음을 본받도록 노력하자. - 이중섭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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