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2008년 12월 21일 주일미사

도구 Ludovicus 2008. 12. 20. 18:13

◎ No, 198
◎ 이름:일과놀이
◎ 전례력:대림 제4주일
2008/12/19(금)
2008년 12월 21일 주일미사  

<<대림 제4주일>>

* 제1독서(2사무 7,1-5.8ㄴ-12.14ㄱ-16)
다윗의 나라는 주님 앞에 영원히 굳건해 지리라

임금이 자기 궁에 자리 잡고, 주님께서 그를 사방의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셨을 때이다. 임금이 나탄 예언자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나는 향백나무 궁에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천막에 머무르고 있소.” 나탄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엇이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그날 밤, 주님의 말씀이 나탄에게  내렸다.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말하여라.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양 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웠다. 또한 네가 어디를 가든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모든 원수를 네 앞에서 물리쳤다. 나는 너의 이름을 세상 위인들의 이름처럼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내 백성 이스라엘을 위하여 한 곳을 정하고, 그곳에 그들을 심어 그들이 제자리에서 살게 하겠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다시는 전처럼, 불의한 자들이 그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곧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판관을 임명하던 때부터 해 온 것처럼, 나는 너를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 주겠다. 더 나아가 주님이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일찍이 사울에게서 내 자애를 거둔 것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내 자애를 거두지 않겠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 시편(88)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리라
 
* 제2독서(로마 16,25-27)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를 계시하셨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은 내가 전하는 복음으로,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아 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가 모든 민족들을 믿음의 순종으로 이끌도록, 영원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예언자들의 글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 복음(루카 1,26-38)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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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4주일 독서․복음해설>>

* 제1독서(2사무 7,1-5.8ㄴ-12.14ㄱ-16) 해설
다윗 왕조가 굳건한 터전 위에서 영속하리라는
나단의 예언에서 우리는 다윗의 자손이요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에 관한 약속을 엿볼 수 있다

사무엘서 상권 6장까지는 다윗이 왕좌에 오르게 된 일, 다윗이 거둔 승리와 예루살렘 정복과 빼앗겼던 계약의 궤를 되찾아 옮겨온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 독서에서는 나단이 다윗 왕조가 영속하리라고 말한다.
‘주께서 당신 집을 지어드리겠다는 제안을 거절하신다.’(1-5절). 예루살렘에 안주하게 된 다윗이 계약의 궤를 항구히 모셔놓을 집을 지으려 하자, 궁중 예언자인 나단은 일단 인준을 해주는 척 하지만, 내심으로는 하느님이 응해주시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주께서는 한 번도 정착된 신전을 소유해보신 적이 없었는데, 다윗이 건의한다고 해서 당장 생각을 바꾸시지는 않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역대기 상권에서는(22,7이하) 다윗이 너무나 많은 사람의 피를 흘렸기 때문에 그런 손으로 주님께 성전을 지어 바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주께서 다윗의 가문을 일으키신다.’(8b-11.16). 그렇지만 하느님은 다윗에게 큰 관심을 쏟으신다. 다윗이 어떻게 해서 왕으로 선택되었으며, 어떻게 해서 원수들을 쳐부술 수 있었는지 상기시킨 다음, 다윗의 왕국을 영원히 존속시키고 당신 백성을 끊임없이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하신다. 다윗이 주님께 집을 지어 드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께서 다윗을 위하여 ‘영원히 지속할’ 가문과 왕조를 세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이 예언은 왕권에 관한 가장 오래 된 메시아적 예언 가운데 하나다. 그러한 예언들은 점차 영적으로 변하여 메시아이신 예수께 와서야 그 실현을 본다.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후손으로서 태어나면서부터 왕이시다(참조. 요한 18.36-37).
그리고 하느님의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고,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 자체이고, 그런 사람들의 공동체 자체이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 하느님이 머물고 현존하고 힘차게 당신 사업을 펼치신다.

* 시편(88) 해설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리라

이 시편은, 그중에서도 몇 구절(4-5.20-38절)은 전통적으로 메시아에 관한 시편이라는 해석을 받아왔다.
오늘 화답송에 들어 있는 구절들은 하느님이 진실하고 충실하여 성조들에게 해 주신 약속을 어김없이 지키신다고 찬양한다. 다윗에게 행하신 맹세는 그의 후손인 예수에게서 채워진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이 가장 사랑하시는 외아들이시다.

* 제2독서(로마 16,25-27) 해설
영원으로부터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의 구원신비가
이제 예수 안에서 계시되고,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에게 선포되었다

오늘 독서에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 있는 마지막 영광송이 나온다.
‘하느님께 영광.’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에게 구원받을 길을 마련해 주신 데 대하여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동시에, 주께서 그들로 하여금 자기가 설교로 전해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충실하게끔 해 주십사고 기도드린다.
‘구원신비.’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설교하는 것은 ‘신비’를 밝혀 보여 주는 일이다. 그 ‘신비’란 하느님의 영원하심 안에 숨겨져 있다가, 구약성경에서 예고되고, 하느님의 아들이 땅 위에서 사는 인간이 되어 오심으로써 밝히 드러나고, 사도들에 의하여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에게 선포된 전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다(참조. 콜로 1.25-29; 에페 3.9-11).
‘신비’는 본질적으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을 수 없다. 그러나 바오로는 그런 ‘신비’가 밝혀졌다고 선언한다. 하느님이 인류에 대하여 어떠한 분이며, 인류에 대한 당신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전히 밝혀졌다고 선언한다. 우리에게는 단지 단순한 믿음과 주저함이 없는 순종이 요구될 따름이라고 말한다.

* 복음(루카 1,26-38) 해설
새로운 하느님 백성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시리라는 예고를 받는다

마리아가 예수 탄생을 예고 받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육화(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의 신비를 깊이 묵상한 데서 우러난 결실이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형태는 성경에 자주 나오는 형태로서 위대한 인물의 운명을 묵상하게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루카는 마리아가 예수 탄생을 예고 받는 이야기와 즈카리야가 요한의 탄생을 예고 받는 이야기의 요소들을 병행시켜 구성한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즈카리야는 천사가 발현하자 당황하지만, 마리아는 천사가 하는 말을 듣고도 당황하지 않는다.
천사는 즈카리야에게는 그냥 두려워하지 말라고만 말하지만, 마리아에게는 당신은 하느님께로부터 은총을 받았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엘리사벳에게는 하느님이 임신하게 하실 것이라고만 말하지만, 마리아에게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당신을 감싸 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즈카리야는 의심한 벌로 벙어리가 되지만, 마리아는 믿음에 찬 말로 응답한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초대에 응함으로써 구원의 시대가 왔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의 길을 앞서 닦는 선구자일 따름이지만, 예수께서는 거룩한 분이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고 구약의 모든 약속과 예언을 실현시키는 임마누엘이시다.

* 묵상

하느님이 내려 주시는 구원

오늘 전례는 다윗 가문의 자손이신 메시아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기대와 희망이 메시아에게 향하고 있다.
하느님이 당신의 충실한 종 다윗과 계약을 맺어 주시자, 다윗은 환희에 넘치고 감사하는 정에 넘친다. 다윗이 주님께 집을 지어 드리려 생각했지만, 오히려 주께서 생각지도 못한 놀랍고 위대한 사업계획을 밝히신다. 하느님은 그저 당신 백성에게 평화롭고 자유롭게 거처할 집을 마련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16절)는 영원한 약속을 내려주신다.
하느님은 당신이 따로 머무르실 집을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이 다윗과 그의 후손을 위하여 영원한 거처와 망하지 않을 나라를 일으키실 것이다. 인간이 자력으로 하느님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다. 오로지 하느님이만이 당신의 전능하신 힘으로 인류 역사 안에 영원의 씨앗을 심으실 수가 있다.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구원은 인간 스스로의 자격과 능력을 초월한 거저 주시는 위대한 선물이요 은총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자랑하거나 허영심을 품을 하등의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다. 오로지 하느님의 능력에 의해서만 인간과 사회는 자기를 속박하고 있는 온갖 악한 세력(온갖 이기적 소유욕과 자기 과시욕)의 치밀하고 질긴 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이 약속해 주신 영원한 나라는 영고성쇠와 부침을 거듭하는 지상의 어떤 특정한 왕권이나 나라나 체제와 결코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는 예수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결코 고정된 체제가 아니다.
다윗의 후손이신 메시아를 왕으로 삼으신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 지배하는 평화로운 사회질서・국제질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위해주고 자기 자신을 서로 나누면서 합심하며 일치하는 인류공동체의 인간관계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사회와 세계다. 그런 사회와 세계는 이미 그 자체를 초월해 있는 거룩한 실재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 그런 사회와 세계의 놀라운 본모습을 어느 날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과 온 인류가 확인하고 환희에 넘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의 통치를 이상적으로 완벽하게 하루 빨리 이룩하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신 인류가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소서.’라고 끊임없이 애타게 기도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느님 안에 영원으로부터 숨겨진 신비

구약과 예언자들을 통하여 예고되고, 마지막으로 메사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분명하게 밝혀진 그 신비는 “모든 사람・모든 백성・온 인류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순종할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구원해 주시겠다는 약속과 구원에 이르는 길이 모든 사람・온 인류에게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은 결코 인간을 차별대우하시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회개하여 구원받기를 바라신다. 하느님이 품으신 신비스런 구원의지, 곧 모든 사람・모든 백성・온 인류를 구원하시겠다는 보편적 구원의지가 인간들 사이에 당신 거처를 마련하고 여느 인간들과 똑같이 마리아의 모태에 수태되어 인간들 가운데 한 인간이 되어 오신 다윗의 후손 예수를 통하여 밝히 드러났다.
이제 인간 예수는 과연 하느님다운 인간의 일생을 살고 마침으로써 부활하는 구원에 이르는 인생길이 어떠한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신다. 인간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당신을 따라 당신을 본받는 인생을 살고나면 부활하는 구원에 이를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신다.
인간 예수는 ‘사람사랑’에 살고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미움을 사고 박해와 사형을 당하셨다. 자기 목숨을 내놓고 예수처럼 사람을 사람이기 때문에(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귀중한 자녀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사랑하기로 작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해주시겠다는 하느님의 보편적인 구원의지가 밝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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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해설>> 루카 1,26-38

예수님의 탄생 예고(1,26-38)
마리아에게 예수님 탄생을 예고한 이야기는 서언(26-27절), 대화(28-38ㄱ절), 결론(38ㄴ절)에 나온다. 대화 속에는 인사, 마리아의 반응(28-29절), 예고와 설명(30-38절), 마리아의 마지막 답변(27-38ㄱ절)이 들어 있다.
26절: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자’ 또는 ‘하느님의 요새’로 번역되곤 한다. 가브리엘은 주님의 ‘중요한 신하들’ 가운데 하나다. 나자렛은 별 볼일 없는 촌락이었다. 나타나엘은 나자렛에 대하여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라고 말할 것이다. 갈릴래아에는 이방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곳으로 ‘바닷길’이 통했다. 그 길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로 가는 중요한 길로서, 늘 단봉 낙타와 쌍봉 낙타를 탄 대상들과 기타 상인들로 붐볐다. 루카에게 그 지방은 의미가 깊었다. 루카복음서는 이방인들이 많이 사는 갈릴래아 지방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즉 온갖 계층 사람들 들으라고 자기 복음서를 썼다.
27절: 가브리엘은 약혼한 처녀, 즉 법적으로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자기 신랑과 아직 함께 살지 않고 있는 한 처녀에게 파견된다. 약혼식은 결혼식 1년 앞에 거행하는 정식 계약이었다. 약혼한 사람들은 1년이 지나기까지는 함께 살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의무를 지웠다. 약혼한 여자는 자기 미래 남편에게 충실해야 했다. 충실치 못하면 간음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만일 약혼한 두 사람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는 합법적인 자녀로 여겼다. 처녀 마리아의 남편(그리스오로 ‘파르테노스’)은 다윗 가문의 남자 요셉이었다. 루카에게 이 사실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나탄 예언자를 통하여 이스라엘을 영원히 다스릴 다윗의 자손이 태어나리라고 다윗에게 약속하셨기 때문이다(2사무 7,1-17).
‘마리아’라는 이름은 적어도 일곱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모세의 누이도 아마 마리아를 뜻하는 ‘미리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어의학적으로 보면, 마리아는 ‘여주인’을 뜻하는 ‘마르’와 ‘마리’라는 어근에서 나온다. ‘마리암’은 ‘마리아메’ 또는 ‘마리암메’의 줄임말이다. 이 두 이름은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2세기 전 하스모네오 시대부터 많이 사용하던 이름이다.
28-29절: 천사의 인사(‘카이레 케하리토메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를 들은 마리아는 혼란스러웠다. 그 인사는 메시아가 오시니 기뻐하라는 초대다. 그 인사말은 예언자들이 시온의 딸을 부를 때 사용하던 인사말을 되울리고 있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 사이로 오시기 때문에 기뻐하라는 것이다(참조. 이사 12,6; 스바 3,14.15; 요엘 2,31.27; 즈카 2,14; 9,9). 정상적으로는, 히브리어 ‘샬롬’(‘평화가 그대와 함께’)이라는 히브리어 낱말로 인사했다. 그리고 그리스어 ‘카리스’(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은총’ 또는 ‘호의’)라는 낱말로 인사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인사는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로 나와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인사임이 분명하다. 그 때문에 마리아가 혼란스러워하고 망서린다.  
29-34절: 마리아는 자기가 어떤 신적인 현상 앞에 서 있음을 알아차린다. 유다인들은 함부로 하느님을 뵈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사가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님이라 하여라.” 라고 덧붙인다. 여기에서 또 다시 우리는 성서의 상징성이라는 마당 안으로 들어간다. ‘예호슈나’(‘예수님스’)는 “야훼께서 구원하신다.” 라는 뜻이다. 예수님라는 인물의 현존, 우리 가운데 계시는 그분의 현존은 세상의 구원을 뜻한다.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 말씀은 구약성서에 대한 암시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사무 7,1-17; 이사 9,5-6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탄 예언자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나탄은 다윗에게 그 자손들이 유다의 왕좌를 영원히 다스리리라고 예고했다. 그때 마리아가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라고 대답한다. 이 말은 완곡어법, 에둘러서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제가 아직 남편이 될 남자와 아직 살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겠습니까?” 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마리아가 자기는 일생 동정녀로 살기로 서원을 했는데 천사의 예고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리아가 그런 서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마리아의 시대에, 적어도 유다인의 몇몇 집단에서는 독신생활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꿈란의 에쎄네파 사람들처럼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쎄네파 사람들은 주전 200년부터 주후 70년 사이에 이스라엘 남쪽에서 일종의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세례자 요한, 바오로, 예수님 자신도 독신이었다. 이 사실은 동정성과 독신이 하느님께 특별히 자신을 바치는 한 가지 형태로서 그리고 형제자매들을 섬기면서 산다는 표시로서 이미 높이 평가받기 시작하고 있었음을 가리킨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듣고 그 일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묻는다.
35-36절: 천사의 답변은 야훼의 현존을 나타내는 빛나는 구름을 상기시킨다(탈출 12,22; 19,16처럼). 또는 보호하는 힘(시편 17,8.42; 140,8)을 상징하는 새의 날개를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창조력(창세 1,2; 루카 9,34와 비교할 것)을 상기시킨다. 예수님의 동정녀 잉태에서는 모든 일이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성령의 힘을 부인할 수 없게 증명하는 본보기가 엘리사벳의 경우다.
37-38절: 마리아가 비로소 하느님의 뜻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맡긴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교회의 몇몇 교부들은 마리아가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고 한 말을 창조  이야기에 나오는 “빛이 생겨라.” 라는 말과 견준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나라에 속할 수 있는 결정적인 조건이다(참조. 히브 10; 마르 14,32-42).
위에서 한 말을 요약해본다. ㄱ) 이 이야기로 루카는 우리에게 메시아의 보잘것없는 출신을 말해준다(나자렛은 보잘것없는 촌락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이 어떻게 활동하시는지를 보여준다. 하느님은 보잘것없는 수단을 통하여 우리를 죄에서 벗어나게 하신다. ㄴ) 예수님 시대에 갈릴래아는 늘 이방인들로 북적댔다. 예수께서는 당신 설교를 위하여 당시에 알려진 온 세계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장소를 택하신다. 그 결정은 예수님의 사목 전략을 생각하게 한다. 즉 복음은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이 그 전달대상자라는 것이다.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를 본래 사명으로 가지고 있다. ㄷ) “가브리엘 천사를 파견하셨다....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동정생활은 현대 우리 문화에서는 별로 높이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를 위하여 온 몸과 온 마음을 바치는 동정생활은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아야 가능하다.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하여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생활은 거룩한 생활이다. ㄹ)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한 이’(그리스어로 ‘케하리토메네’)다. 은총이 가득한 상태는 마리아를 위대하게 해 준다. 하느님 아들의 어머니가 되게 해 준다. ㅁ) 루카는 마리아는 자기 자신을 통째로 바치고 넘겨주는 모범적인 사람으로 제시한다. “보십시오, 저를 주님의 종입니다.” 마음 속 깊은 데로부터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다. ㅂ) 메시아는 이스라엘 백성, 유다 지파, 다윗 가문에 속한다. 추상적인 인간 조건이 아니라, 일정한 문화 속에서 사람이 되신다. 따라서, 하느님이 구세사의 결정적인 단계에서(참조. 히브 1,1-2) ‘당신의 거룩한 종’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내신 전언을 이해하려면 그 문화를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