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나는 말 때문에 오해를 잘 받기도 하고,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말 무식하고 답답한 사람입니다. 본시 말하는 것이 매우 느리고 생각이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을 빨리 하는 사람이거나 성질이 급한 사람은 내 얘기를 듣다가 ‘그래, 잘 알아요. 잘 알아듣는다고,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니까.’ 하면서 중간에서 말을 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얘기를 할 때 은근히 돌려서 말하기도 하고, 묵상을 할 때에도 전혀 엉뚱한 얘기로 주변만 긁어 주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버릇을 고치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아직도 간단명료하게 말하고 끝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하고 얘기하다보면, 내 본래의 실력이나 무식함이 탄로 납니다. 쉽게 설명하려고 애를 쓰지만 쉽게 설명도 못하고, 간단명료하지 못하고 언제나 중언부언하여 장황하게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은 또한 수학공식처럼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것도 있고, 아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비유를 들어가면서 조목조목 따져서 설명할 것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아주 설득력 있게 학생들에게 설명을 잘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는 것은 많은데도 그걸 잘 설명하지 못하여 학생들이 아주 어려워하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자기가 들은 것을 요목으로 질서정연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하게 이해하거나 잘못 알아듣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신부님이 강론하실 때 참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도대체 알아듣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세상의 이치를 식별하지 못하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였거나, 부모님의 사정을 잘 알거나, 형제들의 입장이나, 사회의 분위기나, 공부하고 경험한 모든 것에 비추어서 알만 한 사람이 전혀 깨닫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런 사람을 가리켜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다.’라고 말합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고도 모르는 놈’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의 이상이나 고집으로 사는 사람들 또한 똑 같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길을 갈 때에는 흐름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열을 가져다주신다고 하십니다. 알아듣는 사람들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대들고 싸울 것입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보기만 해도, 냄새만 맡아도, 금방 알아보는 사람들과 먹어봐도 모르는 사람들, 척하면 착 알아듣는 사람들과 아무리 쳐다보고 헤적거려 보아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갈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성령을 받은 사람들과 받지 않은 사람들이 하느님나라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에 대하여 올바르게 알아들은 사람들과 엉뚱하게 알아들은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 고집을 피우며 다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성령의 불 소시개가 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불 소시개가 되기 위해서 당신은 짓눌리고 많은 고통과 고난을 받으시며, 당신의 생을 다 봉헌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도 성령의 불 소시개가 되기 위해서 당신은 기꺼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불이 이미 타올라 모든 것을 태웠다면 이 세상은 평화와 축복으로 가득 찬 하느님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불신과 다툼이 없는 평화가 가득한 세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잘못 받아들이고, 회개할 줄 모르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도록 팔 걷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선교는 바로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