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 2050]
전주 삼천 둔치의 기타리스트 이강한씨
자연과 함께하는 작은음악회 만나면 관객·연주자 모두 가슴 따뜻해지죠
작성 : 2008-09-24 오후 5:47:05 / 수정 : 2008-09-24 오후 10:29:01
허정화(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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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전북도청 부근 삼천천 둔치에서 기타를 치며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이가 있다. 악기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강한씨(53).
"7년 전 죽을 만큼 건강이 안 좋았을 때가 있어요. 천변을 산책하는 데 그렇게 좋을 수 없더군요. 그래서 건강이 좋아지면 여기서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는 천변과 함께 건강이 좋아져서 지난해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물소리도 좋고 공간도 좋아서 이 자리에서 1년째 하고 있어요."
천변이 좋고 사람들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라 힘이 닿는 순간까지 스스로 힘으로 일구고 싶다는 그.
전주시에서 무대도 만들고 전기도 설치해 준다고 했지만, 그가 한사코 거절했다.
큰 무대를 만들어 규모 있는 공간이 되면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작은 음악회가 될 수 없어서다. 게다가 공연 규모에 따라 커지는 스피커 소리 때문에 시냇물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고, 돌에 걸터 앉아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는 정경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에서 벤치를 설치해줘서 이 정도 구색을 갖춘 거예요. 전 언플러그 음악을 지향하는 사람이거든요. 자연이 좋아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자연을 훼손시키면서 노래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노래를 부르다가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됐다. 사진사, 학교 교장선생님, 이수미의 '여고시절'이 18번이라는 한 아주머니, 일요일엔 빠지지 않고 산책을 나오시는 사람들이 주인공. 그의 공연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들이다.
"이 선생이 저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주셨어요. 도심의 네온이 조명을 해주고 시냇물이 반주를 하고 이런 아름다운 공간에서 노래까지 있으니 저희들은 행복합니다."
그의 팬 중의 한 사람인 변효석씨(56)가 말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음악회의 모든 곡을 듣고 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하지만 작은 쉼터를 만난 듯 가는 길을 멈추고 한 두 곡씩 노래를 듣고 가는 이들은 꽤 된다. 팝에서 7080노래들, 그리고 김광석에 이르기까지 그가 소화하는 장르는 다채롭다. 게다가 색소폰, 레코디언 연주자 등 음악하는 지인들이 함께 서는 무대는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21일 일요음악벤치 특집 1∼2부 공연에선 Jaco 재즈밴드와 강한 라이브 통키타 연주자들을 초대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시민들과 함께 즐기기도 했다.
/허정화(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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