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오늘의 말씀

2008년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도구 Ludovicus 2008. 6. 13. 08:04
2008년 6월 13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

제1독서 열왕기 상권 19,9ㄱ.11-16

그 무렵 9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 있는 동굴에 이르러 그곳에서 밤을 지내는데, 주님의 말씀이 그에게 내렸다.
11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
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12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13 엘리야는 그 소리를 듣고 겉옷 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 그러자 그에게 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14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저는 주 만군의 하느님을 위하여 열정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당신의 계약을 저버리고 당신의 제단들을 헐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이제 저 혼자 남았는데, 저들은 제 목숨마저 없애려고 저를 찾고 있습니다.”
15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길을 돌려 다마스쿠스 광야로 가거라. 거기에 들어가거든 하자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임금으로 세우고, 16 님시의 손자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워라. 그리고 아벨 므홀라 출신 사팟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



복음 마태오 5,27-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7 “‘간음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8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29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0 또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31 ‘자기 아내를 버리는 자는 그 여자에게 이혼장을 써 주어라.’ 하신 말씀이 있다. 3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누구나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




저는 지금 오뉴월에는 모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습니다. 콧물에 두통까지 그리고 으스스 떨리는 몸살까지 함께 온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목까지 아파서 말하기도 힘드네요. 물론 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낮부터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 그래서 조금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힘든 것은 여전합니다.

사실 감기의 징조는 지난 주일부터 있었습니다.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괜찮겠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오히려 형제님들과 술도 거하게 한 잔 했었지요. 다음 날 아침에는 두통을 단순히 술 마셔서 생기는 숙취인 줄로 알고 수영장가서 더 힘들게 운동을 했답니다. 그리고 그래도 두통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자전거도 심하게 타는 등 더 힘들고 바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그저께 저녁부터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콧구멍이 막히더군요. 머리는 더욱 더 아프고, 목도 간질간질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감기였구나.’

그래도 저는 이러한 생각을 했지요.

‘내가 워낙 튼튼하니까 이쯤 감기야 그냥 이겨내겠지.’

그러면서 더 바쁘게 생활했던 것이 지금처럼 비참한(?) 모습으로 변하게 하네요. 처음에 감기 징조가 나타났을 때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이렇게 심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기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라도 조금이라도 몸조리를 했더라면 지금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바로 지금 저의 모습을 보니 제 스스로 감기를 키웠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문득 죄 역시도 이렇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에 자그마한 죄를 짓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는 행동이기에 하느님께 죄송함도 느낍니다. 그런데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또 다른 사람들도 이야기하지요.

“그게 무슨 죄니?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스스로 합리화를 시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지은 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더 큰 죄를 짓습니다. 그러나 전보다 조금 더 커진 죄 역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이러면서 점점 죄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스로 죄를 키우고, 스스로 죄의 굴레에 빠진 것이지요.

이러한 인간들의 습성을 잘 아시기에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죄의 확장을 철저히 막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너무 엄격하신 분이 아닌가 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것만도 간음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오른 눈과 오른 손이 죄를 지으면 빼고 잘라서 던져 버리라니요.

그러나 이는 죄의 확장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뜻입니다. 더 이상 주님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죄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감기를 키우듯이 죄 역시도 우리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이제 죄로부터 벗어나 주님께 가까이 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생각의 전환(‘좋은 글’ 중에서)

임금님이 두 사람을 데리고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들로 나갔습니다.

"이제 내가 그대들에게 큰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각자 울타리를 만들고 양을 그 속에 가두어라. 자신의 울타리 속에 있는 양이 그대들의 것이 되리라."

한 사람은 하루 종일 있는 힘을 다해 울타리를 만들고 열심히 양을 그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임금님은 그 사람에게 약속대로 울타리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양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한가로이 놀다가 저녁 무렵에 조그만 울타리 하나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습니다. 임금님이 물었습니다.

"자네는 양을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왜 없겠습니까?"

"그런데 그 작은 울타리는 뭐고, 어째 양이 한 마리도 없느냐?"

그는 작은 울타리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임금님께 말했습니다.

"아 여기가 울타리 밖이고 임금님이 서 계신 곳이 울타리 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