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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부님, 오늘 시국미사 없습니까?

도구 Ludovicus 2008. 6. 3. 07:30

 

데스크 컬럼-한상봉

 

 

 

 

 

신부님, 오늘 시국미사 없습니까?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 재개를 위한 ‘장관고시’를 강행한 뒤로 연일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검역주권과 쇠고기의 안전성을 도외시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폭발한 것이다. 국민들은 협상 책임자를 문책하고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자발적인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겨우 한다는 말이 ‘촛불을 제공한 배후세력’을 찾아내라는 엄명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주권을 포기하면서도 자국민들의 반발에는 기분이 상한 대통령의 몰염치한 반민주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일 수만 명의 시민들이 시청 앞 광장에 모여서 청와대로 향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지금 전국 각 도시로 시위가 번지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는 생명권의 문제다. 자신과 자녀들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자위수단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이야 이명박 대통령의 무책임한 말대로 ‘그러면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 통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학교급식으로, 시위를 막기 위해 거리에 나선 경찰들조차 ‘짬밥’으로 제공될 식사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제일 먼저 촛불을 들었으며, 진압하러 나왔다가 돌아가는 전경차량 속에서 경찰들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줄기차게 부르짖어 왔다. 낙태 금지로부터 안락사 반대까지 교회는 수없이 많은 성명서를 내고 바티칸에서 서울 명동까지 교회의 지시를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침묵이 너무 오래 간다. 물론 지난 5월 30일 전주 중앙성당에선 전주교구의 사제들이 시국미사를 열고 촛불시위에 동참하였지만, 아직 주교회의나 다른 교구에선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아침에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 시국미사 없나요, 신부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는 중요한 기자회견이나 시국미사는 통상 월요일에 가져왔다. 이날은 바로 주일의 노고를 치하하며 사제들이 하루 쉬는 날이라 한꺼번에 모이기 쉬운 까닭이다.

 

전국적 차원에서 서울 명동이나 시청 앞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도 시국미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미사를 계기로 전국의 모든 교구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고 적어도 가톨릭교회만은 일관되게 인간생명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발벗고 나선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저 이미지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쁜소식(복음)을 전해 주어야 한다. 주님께서 “두려워 마라.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하신 것처럼, 이제는 가톨릭교회도 우리가 세상과 인간을 위해 앞장을 서겠다고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복음적 식별’을 내리는 것은 <사목헌장>이 가르치는 교회의 사명이다. 이 사명을 저버리면 교회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못이 박히도록 인간을 사랑하셨다. 우리 교회는 적어도 자기 백성의 상처받은 발등이라도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이다. 가슴이라도 쓸어내려 주어야 할 것이다. 사제관과 주교관 깊숙이 앉아서 기도하던 모습을 이제는 거리에서도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짜 사랑을 사람들이 맛들이도록 말이다. 지난번 대운하 반대 행사에서 보았던 것처럼 수없이 많은 수도자들이 촛불을 들고, 장백의를 걸친 사제들이 시청 앞에 나서는 장면을 꿈길에서처럼 기다려 본다.

 

 

 

한상봉 (이시도로)

지금여기 편집국장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한상봉 20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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