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엠마오로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주실 것만 같았던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그렇게 무기력하게 돌아가심을 보고, 세상의 기쁨을 잃고 그렇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냈습니다. 이 순간 사랑하는 임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만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분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랑하는 임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것도 필요가 없습니다.
돈도 권력도 의미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삶의 의미를 잃은 두 제자는 처진 어깨를 하고 엠마오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떠난 줄만 알았던 사랑하는 임이 다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함께 말씀을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합니다. 이제 어둠은 걷히고 빛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분의 말씀은 가슴을 뜨겁게 하고, 그분과의 식사는 기쁨을 줍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말보다 욕설과 같은 부정적인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말과 독설을 들었을 때 가슴에 남는 상처는 여간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막말은 막연히 감정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구석구석에 독성을 퍼뜨린다고 합니다. 극심한 분노 상태에서 상대를 상처 입히기 위해 내뱉는 말은 문자 그대로 ‘독설’이 됩니다. 듣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입에 담고 있는 사람에게는 또 얼마나 치명적이겠습니까. 반면 우리의 말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듣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입에 담고 있는 사람에게는 또 얼마나 기쁨이겠습니까.
성체성사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향기로 채워주는 성사입니다. 당신의 말씀을 먹고,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신 우리는 예수님과 한 몸이 됩니다.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해주시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말씀을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해주시리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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