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8일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타오르는 불덩이
글 : 최인호 베드로
주님.
주님께서는 어째서 열두 제자 중 시몬을 으뜸제자로 삼으셨습니까.
그에게 베드로(바위)라는 이름까지 직접 지어주시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셨습니까.
또한 위선자들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닫아놓은 하늘 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하늘 나라의 열쇠까지 주셨습니까.
주님. 베드로는 참으로 약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결혼하여 장모를 모시고 살던 사람이며
육체적으로는 건장한 어부였지만 정서적으로는 불안정하고
성급하며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었으며 눈치가 빨라
주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던 사람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질투도 많아 주님이 요한을 사랑하시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 물 위를 걷다가 빠져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으며,
주님 앞에서 잠에 빠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딱 잡아떼던 비겁한 배신자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베드로의 무엇이 마음에 들어 주님, 그에게 감히
죽음의 힘도 누르지 못할 교회를 세우게 하셨습니까.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만약 최후의 만찬에 주님이 자신을 배반할 자의 이름을
미리 말씀하셨더라면 누구보다 먼저 베드로가 해치웠을 것이다.
주님이 배반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것은 바로 베드로 때문이었다."
주님을 잡으러 온 무리들에게 베드로는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버렸으므로'
만약 배반할 자의 이름을 직접 주님이 밝히셨다면
아마도 누구보다 먼저 그를 차고 있던 칼로 찔러 죽여버렸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가리웃 유다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베드로.
우리 주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 값어치가 없는 사람으므로
제발 십자가를 거꾸로 세워 머리가 밑으로 되도록 하여 죽여달라고 유언하고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
그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주님이
'살아 있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굳은 믿음과 주님께 대한,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 사랑을 갖고 있었으며 바로 이 믿음과 사랑이
주님께서 베드로를 으뜸 제자로 삼은 이유가 된 것입니다.
성 베드로.
나는 그대를 나의 수호성인으로 하였나이다.
내게도 주님에 대한 열정을 물려주소서.
나를 주님을 향한 타오르는 불덩이로 만들어주소서.
≪ 하늘에서 내려온 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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