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대하는 요령
-정호신부-
예수님의 수난이 다가올수록 복음 속에서 점점 주님을 잡으려는 엄청난 음모들이 눈에 가깝게 들어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예수님이 율법을 어기는 말씀이나 행동이 있으면 언제든 그분을 고발하여 없앨 궁리를 하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혈안이 됩니다. 그 수단이 하느님이든 무엇이든 이유가 닿기만 하면 예수님을 잡을 심산으로 그들은 수도 없는 그물을 칩니다.
오늘 예수님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죄인을 앞에 두고 시험을 당하십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 그것도 현행범이기에 그녀의 죄는 움직일 수 없게 드러났습니다. 장애를 지닌 사람과 같은 이유를 모르는 죄인의 경우 주님은 ‘네 죄는 용서받았다’와 같은 말로 그가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시고 고쳐주셨지만 이 여인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녀는 분명 예수님이 보기에도 죄가 있는 여인입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정을 벗기 위해서라도 돌로 쳐서 죽여야 하는 마땅한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당연히 그녀를 처벌하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예수님껜 시험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여인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의 생각을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시험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죽을 여인이지만 이 여인에게 이 사람은 어떻게 말하는가에 초점을 모읍니다. 그래서 그 대답이 하느님의 말씀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그들은 덤으로 예수님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잔인한 기회를 노립니다.
그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무엇을 생각하셨을까요? 그동안 사람들이 잘못된 죄에 대한 생각을 잡아오셨지만 지금 이 상황은 진짜 죄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그냥 죽여라고 하면 당신이 지금껏 사람들에게 가르쳐오셨던 사랑을 거절하는 것이 되고, 단순히 죽이지 말라고 말하면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무시무시한 죄에 빠져드는 상황입니다.
예수님은 결국 이 사건을 단 한마디로 정리하십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버리고 여인만이 남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죄인인 우리를 하느님께서 어떻게 대하시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런 죄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웁니다.
여인은 분명 죄입니다. 사람들이 물러 갔다고 해서 그녀가 무죄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주님은 홀로 남은 여인에게 이렇게 물으십니다.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라고 말입니다. 죄는 있지만 그 죄를 벌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입니다. 그러므로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여인을 둔 채 하나 둘 씩 떠났다고 해서 여인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여인은 분명 죄인이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을 생각해볼 때 그 부족함을 단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들은 물러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이 여인과 사람들의 본모습을 통해 서로 부족함 때문에 서로를 섣불리 판단하지도 단죄하지도 못하게 사람들을 마비시키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하느님조차 그녀의 잘못된 삶에 책임을 묻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도 죄인에게 쉽게 단죄하시거나 벌하시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 여인은 죄를 지닌 채 살게 되었습니다. 분명 죽을 죄를 지었지만 그녀를 죽음에서 건져 낸 것은 하느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인정해서 나온 기적입니다. 스스로의 죄를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죄를 바라보고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했기에 그녀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그 순간을 절대 잊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죄인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죄인조차도 하느님은 돌아오기를 기다려주시고 억지스러움이 아닌 서로의 부족함 때문에 누구나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세상의 모든 죄는 사람을 못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님을 떠날 구실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기적을 통해 발견하고 믿어갑시다.
여인에게 남겨진 죄, 그러나 그것이 없애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의 앞으로의 평생이 이 잘못에 대한 보속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별말씀도 없이 당신 죽음의 위기와 죽은이를 배려하심을 모두 배울 수 있어서 기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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