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표징 이야기는
사실 보도를 위한 기사라기보다 우리를 깨우치기 위한
표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태생 소경 역시,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신 참 빛으로서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치유 방법이 매우 독특합니다.
“땅에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 사람의 눈에
바르시는” 행위는 웬만한 민간 요법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땅(humus)은 비천함, 겸손(humilitas)을 뜻하는
단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땅에 침을 뱉고 진흙을 개어
눈에 바름으로써 우리가 진흙으로 빚어진 존재임을 보여
주시는 듯합니다.
“그대 안에 있는 더러운 것을 바라보라.
그대가 그대의 어두운 면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대는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침은 아이의 상처에
침을 발라 주는 어머니를 상기시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참 존재를 밝혀 주시고
사랑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원래 이 복음은 세례를 베푸는 날에 봉독되었다고 합니다.
세례는 우리의 모든 죄를 씻고 하느님의 본모습을 밝혀 주며
우리를 빛으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는
세례를 ‘조명’이라고 불렀습니다.
세례를 통해 빛의 자녀가 된 우리는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빛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