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진나눔연구소
홈
태그
방명록
자료실/좋은 글
[스크랩] 작은 씨앗
도구 Ludovicus
2008. 2. 17. 00:17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경숙이 언니는
혼자 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제 어린 시절 한동네 언니였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세살 위인 언니는 짓궂은 아이들로부터
늘 저를 지켜주고 친동생처럼 돌봐주곤 하여
외동딸인 저도 언니를 친언니처럼 따랐지요.
어느 날, 언니는 제 손을 잡고
아주 허름하고 좁은 가건물로 데려갔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로만칼라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 왜 그곳에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일요일이면 언니 손에 이끌려 그 아저씨를 보러 가곤 했지만
사실 노래하다 일어섰다, 앉았다하는 이상한 형식엔 별 관심이 없었고
끝나면 하나씩 주는 빵이 맛있어서 언니를 따라 더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주기도문을 다 외우면, 영세를 받을 수 있다했지만
그걸 왜 외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그저 언니가 외워라하니 열심히 외웠지요.
그렇게 얼마간 성당을 다니던 어느 토요일, 경숙이 언니는
삼촌네 갔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데리러 올 테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자기를 꼭 기다려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떠났습니다.
세례를 받는 날이라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뜻이 뭔지 몰랐지만,
두 갈래 머리 예쁘게 땋아 리본까지 맨 어린 소녀는
하루 종일 대문만 바라보며 언니가 올 때까지 열심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 까지
웬일인지 그녀는 오지 않았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지요.
일요일 아침 일찍 삼촌 집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성당에 갈 일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제 손을 잡고 성당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어느 겨울
저는 명동성당에서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아무것도 몰랐지요….
그녀가 제 가슴에 무엇을 심고 떠났는지를….
두 갈래 머리 나풀대며 잘 웃던 어린 소녀 가슴에
소녀가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 작은 씨앗 하나가 심어져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 신비한 씨앗은 훗날 아름다운 꽃으로
이곳저곳 아주 많이 피어났습니다.
소녀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가족 모두, 삼촌 가족
숙모의 친정가족, 친구들, 이웃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꽃이 되어 소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어났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작은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으로 심어진다면
먼 훗날 아주 큰 행복으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것이 꼭 선교의 목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마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모님의 달 첫날이자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인 오늘
처음으로 교도소 방문을 하였습니다.
교도소라는 어감이 웬지 친근하지는 못하였지만
요즈음은 교정 사목신부님 수녀님의 말씀을 여러번 들었기때문에
별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떡 3말을 해 가지고 6명이 방문을 했는데
교도소가 너무나 깨끗하고 맞이하는 교도관도 친절했습니다.
미사에 참례한 재소자는 300명이 넘어보였고
미사준비를 하는 복사, 해설자, 성가대, 독서자가
일사분란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고
미사에 참례한 형제들도 아주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표정들도 우리들과 다름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많은 참석자들이 영세를 받지 않은 비신자였지만...
미사가 시작되었을 때
본당미사 보다도 더 경건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다시금 감동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파워포인트로 쏘며 진행하는 미사,
독서자의 독서하는 모습.
해설자의 매끄러운 진행, 성가를 부르는 모습 등..
오히려 자유로운 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죄인인지도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을 내어 방문하기로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출처
: 베텔 하늘방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메모
: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미래사진나눔연구소
'
자료실
>
좋은 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우연 과 인연
(0)
2008.02.18
“당신은 세상에서 무엇을 했습니까?”
(0)
2008.02.18
너그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0)
2008.02.16
모든 것은 지나가는것
(0)
2008.02.15
축봇 하여 주소서
(0)
2008.02.14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