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지문/권혁웅

지문 / 권혁웅 내가 모르는 일이 몇가지 있으니 바위에 뱀 지나간 자리와 물 위에 배 지나간 자리와 하늘에 독수리가 지나간 자리 그리고 여자 위에 남자가 지나간 자리*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도무지 모르지, 손가락마다 소용돌이를 감추어두고 사는 일 손잡을 때마다 타인의 격정에 휘말리는 일 내 삶의 알리바이가 여기에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개들은 짖고 먼지는 손에 묻고 버스는 떠나고 비행기는 하늘에 실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나는 개를 먹고 개처럼 짖고 개털은 날리고 나를 따라 먼지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내가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떠나가고 비행기는 활주로에 길고 긴 타이어자국을 남긴다 누웠다 일어난 자리마다 흩어진 머리카락, 여기에 내가 아니면 네가 누워 있었을것이다 Painful Love - Oystein Sevag

출처 : 그리움 의 섬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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