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첫 만남을 전한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한눈에 알아보고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고백한다.
과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삶 전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혜안은 하느님한테서 온 것이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주셨다.”(1,33)
여기서 ‘어린양’은 이집트 탈출을 앞두고 잡아먹었던
‘일 년 된 흠 없는 숫양’(탈출 12,5 참조)을 뜻한다.
그때 어린양의 피는 이집트에 내린 하느님의 열 번째 재앙에서
이스라엘의 맏아들을 구해 냈다. 그리고 어린양의 고기는 광야를 여행할
이스라엘 사람들의 양식거리가 되었다.
이스라엘은 해마다 파스카 어린양을 잡으며
하느님께서 베푸신 크신 은총을 새로이 기념하였다.
이제 예수님은 ‘새 이스라엘’을 살리는 어린양으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실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을 내다보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영성체 전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을 고백한다.
이는 우리가 받아 모신 하느님의 어린양처럼 우리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피를 흘리는 어린양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는 누구라도 피하고 싶고, 하기 싫은 역할일 것이다.
오늘 나는 어떤 자리에서 어린양의 역할을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주영길 신부(청주교구 봉방동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