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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해 뛰자

도구 Ludovicus 2008. 1. 1. 07:09
[사설] 미래를 향해 다시 뛰자 [중앙일보]
2008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맞는 새해 아침이건만 무자년(戊子年) 첫날의 감회는 각별하다. 우리가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 선진화 시대로 향하는 역사의 변곡점에 지금 서있기 때문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역사의 한 굽이가 끝나고 막 새로운 시대로 뻗어 가려는 엄숙한 순간을 맞고 있다. 보수 세력이 1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따위의 정파적·이념적 소회가 아니다.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쌓이고 쌓여 대한민국의 재도약이란 목표를 향해 정열을 뿜어낼 시간이 드디어 왔다는 데서 우러나오는 흥분과 설렘이다.
 국민은 다시 뛸 준비를 다 갖췄다. 그 의지를 지난해 연말 대선에서 보여줬다.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은 꿈과 희망을 찾고 싶어서, 40∼50대 실직 가장과 청년 실업자의 풀 죽은 모습을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어서, 분열과 대립으로 선진국 문턱에서 역주행한 세월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떨치고 일어선 것이다. 이제 당선자가 국민에게 보답할 차례다.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 국민이 기꺼이 동참할 태세가 돼 있고, 방향만 옳다면 사소한 허물쯤은 무시하면서라도 밀어줄 각오도 섰다. 이런 시기에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는 일이 최우선이다. 올해를 경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과 새 정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면 재도약은 못 이룰 꿈이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성장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다시금 활기 넘치는 경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 중요하다. 새 정부는 우선 동력을 상실한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몫은 경제에 자생적 추진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기업과 국민이 의욕적으로 다시 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규제를 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은 지금 온갖 규제에 발목 잡혀 투자 의욕을 상실한 상태다. 기업 투자의 물꼬를 트기만 해도 경제의 성장 엔진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기업의 활발한 투자에서 시작된 경제 성장의 과실은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싹을 찾아 키워내야 한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문화서비스 산업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지면서 10년, 20년 후에 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미래의 주력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도 이제는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힘을 합쳐 경제 재도약의 대장정에 동참해야 한다. 새로운 희망과 열의로 재충전하고 다 함께 저성장의 질곡에서 탈출해 선진국으로 재도약하는 위대한 역사의 서막을 열자.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문이 헝클어진 노사 관계다. 법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뒤틀린 노사 관계는 우리 경제의 큰 족쇄 가운데 하나였다. 노조가 무분별한 불법 파업과 명분 없는 정치 파업으로 일관하는 투쟁 위주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국민은 물론 노조원의 지지도 얻기 어렵다. 기업도 불투명한 경영과 무성의한 협상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원만한 노사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국가경쟁력은 교육에서 나온다. 그래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자율과 경쟁원리에 기초한 교육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도 교육정책을 ‘규제와 평균주의’에서 ‘자율과 경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망가진 공교육을 살리고 ‘대입 대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이 길뿐이다. 새 정부는 과감하게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문제가 심각한 수능 등급제도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을 보완해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강화해야 공교육의 경쟁력도 회복할 수 있다. 정부는 교육현장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믿고 맡겨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다양성을 살려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재정립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맹목적 북한 포용 정책은 남북 관계의 질적 개선에 한계가 있음이 증명됐다. 그렇다고 남북화해의 기조에 역행할 수도 없다. 국민과 새 정부의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화 자체에 연연하는 대북 접근은 그만두되 인도주의적 지원과 전략적 지원을 구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남남갈등도 줄어들고, 북한도 설득할 수 있다. 국민도 새 정부가 새로운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갈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미, 한·일 관계는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한·중 관계 발전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정치권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한·미 FTA 비준을 마무리해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군이 본연의 자리를 찾는 것도 급선무다. 안보에 적신호가 울려도, 군의 명예가 훼손돼도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 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뒤흔든 과거사 청산 바람은 이제 미래지향적 국민통합 차원에서 정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언제까지나 과거사에 얽매여 분열과 반목을 되풀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역사 문제는 학계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문화·예술계도 이제 철 지난 이념에 휘둘리거나 권력에 빌붙어 자리다툼이나 벌이던 행태를 그만둘 때가 됐다. 그러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권력의 시녀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이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발목 잡는 야당, 정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여당으로는 선진화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야당도 일정 부분 국정에 협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에게 민주적 리더십, 합리적 정치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민은 다시 뛸 각오로 신들메를 고쳐 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노라고 굳게 약속했다. 기업도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회 각 분야가 제자리를 찾아 맡은 몫을 해낸다면 재도약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국민의 염원과 기대를 모아 미래를 향해 다시 뛰자.

2008.01.01 03:4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