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간 사랑… 그리움이 모인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명동성당·용인 묘역서 16·21일 추모미사 등… 다양한 행사 열려
“형님(허근 신부)이 교구장 비서로 있던 1980년대 초 주일날 교구장실에 들렀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김 추기경이 들어오셔서는 ‘택시 타고 왔는데 차비가 없다. 1000원짜리 좀 있느냐’고 물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기억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다. 이렇듯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을 접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추기경 이미지를 갖고 있다.
김 추기경이 교구장으로 있을 때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성탄절이나 부활절 때면 친필 엽서를 받곤 했다. 엽서 내용은 "새로 발령받은 본당(성당)에는 잘 적응하느냐" "지난번에 아프다던 것은 다 나았느냐"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인 것이었다. 사랑과 관심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김 추기경은 그러면서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딴 것은 만들지도, 하지도 말라고 강조했다.
'사랑'과 '감사'를 남기고 떠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 1주기(16일)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유지를 따라 소박하되 경건한 추모행사들을 준비했다.
- ▲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를 앞두고 추모미사를 비롯해 다양한 추모행사가 마련됐다. 11일 낮 서울 평화화랑에 전시된 김 추기경의 대형사진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추모 미사
선종 1주기인 16일과 주일인 21일 열린다. 16일 오후 7시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주교단·사제단이 공동집전하는 미사가 봉헌된다. 이날 서울대교구의 모든 성당과 기관에서도 위령(慰靈) 미사가 봉헌된다. 21일 오전 11시엔 김 추기경이 영면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성직자묘역에서 염수정 총대리주교와 사제단이 공동집전하는 추모미사가 봉헌된다. 김 추기경 묘소엔 지난해 2월 이후 약 30만명이 참배한 것으로 서울대교구는 집계했다.
◇옹기장학회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부친이 옹기 장사를 했던 김 추기경이 2002년 북한과 중국 등 북방선교를 위해 설립한 '옹기장학회'를 교구 차원의 공식 기념사업으로 지정했다. 서울대교구는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이사장을 맡고, 보직 사제들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새 임원으로 영입하며 대상 지역도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고 대상자도 사제와 신학생·연구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화행사
추모행사 중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3일 개막해 12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내 평화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02-2266-1591)이다. 소(小)신학생 시절부터 병원에 입원한 마지막 모습까지 120여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점심시간 무렵에는 가톨릭회관 현관까지 길게 줄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아 11일 오후 현재 9000여명이 관람했다.
16일부터 28일까지 명동성당 들머리 언덕길로 옮겨 대형사진 위주로 30여점이 야외전시될 예정이다. 김 추기경의 손때와 체온이 묻은 유품(遺品) 140여점은 서울 절두산순교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16일부터 5월 23일까지 전시된다. (02)2126-2299
1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추모음악회(02-2269-0419)가 열린다. 가톨릭인터넷 굿뉴스와 동성중고교 총동창회가 주관하는 음악회에는 김덕기씨의 지휘로 트리니타스 합창단과 챔버오케스트라 그리고 소프라노 김민조, 테너 강훈, 베이스 성궁용씨가 출연해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베르디의 레퀴엠 중 〈나는 탄식한다〉, 카치니와 멘델스존의 〈아베마리아〉 등을 선사한다.
천주교 신자 미술인들의 모임인 서울 가톨릭미술가회는 18~27일 김 추기경을 형상화한 작품전을 평화화랑(02-727-2336)에서 개최하고, 김 추기경이 생전에 선물로 받았던 미술품 77점도 3월 3~16일 평화화랑에서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