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5주간화요일(100209.화)
<연중 제5주간 화요일>(2010. 2. 9. 화)
<율법주의, 자유주의>
2월 9일의 복음 말씀은,
손을 씻는 문제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거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정면으로 비판하십니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우리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율법주의자’ 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비판하신 것은 바로 그들의 ‘율법주의’였습니다.
자, 그런데...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천 년 전의 이스라엘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오늘날의 우리가 비판하고 흉을 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율법주의를 반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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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숨어 있는 율법주의>
우리 교회에는 뭔가를 해야 하는 규정과 하지 말아야 하는 규정들이 많은데,
그런 규정들의 근본 취지를 잊어버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규정 준수만 따진다면 우리도 율법주의자가 됩니다.
즉 예수님의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예가 주일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직업 때문에 도저히 정상적으로 주일을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군인, 경찰, 간호사, 선원 같은 특수 직업들...
그런데 주일은 지키지 못하더라도 평일에는 미사 참례를 할 수 있어서
주일미사 참례는 못했지만 성실하게 평일 미사 참례는 했다면?
만일에 그런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으니 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미사 전에 무조건 고해성사부터 보라고 한다면.... 그것은 율법주의입니다.
사실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교육을 잘못 받은 탓에 죄의식에 시달리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잘못 가르친 사람의 탓이지요.)
똑같은 이야기인데, 주일날 몸만 미사에 와 있고 생각은 딴 데 가 있었다면
그것을 미사 참례라고 할 수 있습니까?
생각은 딴 데 가 있었다고 해도 분명히 몸은 와 있었다고,
그러니 미사 참례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도 율법주의입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주일날 꼼짝도 못하고 병실에서 그냥 기도만 한 사람은,
주일을 지키지 못했다고 죄인의 모습으로 고해성사를 보는데,
식구들끼리 놀러가느라고 주일 미사를 빼먹은 사람은 부득이한 사정이었다고,
그래서 대송을 바쳤으니 주일을 지킨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이게 실제로 접하는 현실입니다.
주일을 지키는 문제 외에도 성사에 관한 규정들,
또는 금육재, 단식재 규정들, 혼인법 등의 교회법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바리사이파는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어디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규정이 왜 생겼는지 잊어버린다면 우리도 율법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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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고,
조상 때부터의 전통인 정결례를 행하지 않는다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율법주의를 비판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예수님이 당신의 제자들을 두둔하신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조상의 전통을 강조하는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신 것이
제자들을 두둔하고 편드신 것은 아닙니다.
다른 대목에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두둔하신 적이 있습니다.
안식일에 제자들이 밀 이삭 몇 개 잘라먹었다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시비를 걸 때
그때에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두둔하셨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이 밀 이삭 몇 개 먹은 것을 탓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배가 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안식일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것입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상의 전통이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염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하신 하느님의 사랑이다.
너희는 율법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을 먼저 깨달아라.“
구약 율법의 근본정신은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가장 중요한 계명도 ‘사랑’입니다.
모든 것은 ‘사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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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 참례할 때 단정한 옷차림을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율법주의는 아닙니다.
경건한 태도로 미사 참례 하라고 하는 것이 율법주의는 아닙니다.
미사 중에는 휴대 전화기를 끄라고 하는 것이 율법주의는 아닙니다.
우리는 신앙인의 기본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가난해서 정장을 입을 수 없는데도
무조건 정장 차림으로 미사 참례를 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율법주의입니다.
미사 중에 서 있어야 할 때가 많은데,
몸이 안 좋아서 그냥 앉아 있는 것을 나무란다면 그것은 율법주의입니다.
사랑이 먼저입니다. 규정은 나중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율법주의를 반대한다고 자유주의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기는 단정한 옷차림이라고 우기지만 사실은 민폐를 끼치는 옷차림일 때...
누가 보아도 민망한 옷차림인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건 잘못하는 것입니다.
전례의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해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잘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최고의 공경심으로 섬기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도 본받을 점은 있습니다.
또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의 기준은
항상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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