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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님공현후월요일(100104.월)

도구 Ludovicus 2010. 1. 4. 08:12

<주님 공현 후 월요일>(2010. 1. 4. 월)

 

강론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오늘 제가 사도행전을 공부하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1장 14절을 읽다가 뭔가 이상해서 찾아보았더니...

새번역 성경의 번역이 잘못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1장 14절>

 

새번역 성경 -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공동번역 성서 -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여자들과

                     예수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

 

200주년 성서 - “그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고 있었으며 부인들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형제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개신교 킹제임스 성경 - “이들 모두가 여인들과 예수의 모친 마리아와 주의 형제들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 기도와 간구에 전념하더라.”

 

무엇이 다른지 아시겠습니까?

새번역 성경은 한국 천주교의 공식 성경입니다.

그런데 그 성경에 ‘마리아’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이름이 빠진 것이 단순한 실수인지, 의도적인 번역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실수라면 그것은 정성이 부족했다는 뜻이고,

의도적인 일이었다면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개신교 성경도 충실하게 원문대로 마리아의 이름을 넣었는데,

천주교 공식 성경에서 마리아의 이름이 빠져 있다니...

놀라운 일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참고로 성경의 그리스어 원문을 적습니다.

 

οὗτοι  πάντεs  ἦσαν  προσκαρτερουντεs  ὁμοθυμαδον

τῇ  προσευχῇ σὺν  γυναιξὶν  καὶ  Μαριὰμ  τῇ  μητρὶ  του  Ἰησου

καὶ  τοιs  ἀδελφοιs  αὐτου.

 

마리아의 이름에 밑줄을 긋고 굵은 글씨로 한 것은 강조하려고 제가 한 것입니다.

분명히 원문에는 ‘마리암’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마리암’은 유대식 이름입니다.

일부 필사본에는 ‘마리아’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구절은 신약성경에서 마리아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구절입니다.

 

새번역 성경을 너무 서둘러서 출판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새번역 성경 사도행전 1장 14절의 ‘예수님의 어머니와’ 라는 구절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로 수정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강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간 평일 복음 말씀들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소개하는 내용들입니다.

 

월요일의 복음 말씀은 ‘하늘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복음에는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신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은 하늘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하늘나라는 예수님께서 오심으로써 시작되었고,

종말에 완성될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첫 번째 모습은 사람들이 온갖 질병에서 해방된 모습입니다.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질병은 사람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악’입니다.

 

병의 원인이 악마에게 있다는 뜻이 아니라

병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악’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먼저 병자들을 고쳐주심으로써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그런데 몸의 병을 고친다고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마음의 병, 영혼의 병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몸은 건강하지만 마음이 타락해 있다면?

 

그래서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를 선포하실 때

사람들에게 강조하신 것은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란 하느님 나라의 입장권 같은 것입니다.

초대장은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발급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거기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입니다.

초대장을 입장권으로 바꿔서 얻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믿음’만 갖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믿음도 필요하지만 회개가 따라야 합니다.

 

회개 없는 믿음은 거짓 믿음입니다.

사랑 없는 믿음도 거짓 믿음입니다.

 

믿기만 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입니다.

믿음을 사랑과 선행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고쳐주신 병자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예수님을 따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많은 병자들은 중간에 다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몸의 병은 고쳤지만, 마음이 따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믿음도 없었고, 회개도 안 했습니다.

 

또다시 교도소 사목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미사 시간은 원래 교도소 운동 시간이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저는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재소자들은

거의 모두가 다 건강하게 보였습니다.

 

저보다 더 체격도 좋았고, 혈색도 좋았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가장 꾀죄죄하고 약해 보인 것은 저였을 것입니다.

 

교도소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과

밖에서 병약하게 사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교도소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하느님 나라는 그런 곳입니다.

그곳은 참으로 우리 영혼이 해방되어 있는 곳입니다.

 

지금 온 나라가 건강 염려증에 중독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몸의 건강만 생각합니다.

 

몸의 건강이 중요하긴 하지만, 영혼의 건강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시작되었다).”

예수님의 첫 말씀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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