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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제대축일(091203.목)

도구 Ludovicus 2009. 12. 3. 07:59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대축일>(2009. 12. 3. 목)

 

<선교>

 

신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나,

어느 가을날, 광주 금남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아저씨!’ 하고 부르는 여자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당시 광주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대낮에 길거리에서 여자가 저를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그냥 계속 걸어갔는데,

뒤에서 젊은 여자가 급하게 다가오더니 제 앞에 섰습니다.

 

그 아가씨의 첫 질문은 ‘가톨릭 대학교가 뭐하는 곳이예요?‘ 였습니다.

신학교에 대해서도, 가톨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학교 앞 승강장에서 시내버스에 타는 저를 보고서

가톨릭 대학교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그걸 물어보려고 버스에서 내리는 저를 따라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돌하게 보이긴 했지만 다른 의도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묻는 대로 대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치과 병원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치과 병원에 가야 하니까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기다렸습니다.

 

저는 그 아가씨를 가톨릭 센터 성물 판매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것저것 구경을 시켜준 다음에

다방으로 가서 두 시간 정도 가톨릭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신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 저의 주소를 적어 준 다음에

부담 갖지 말고 우선 가까운 성당에 한 번 ‘구경’ 가라고 권했습니다.

 

한 달쯤 뒤에 편지가 왔는데,

제 말대로 그냥 구경삼아서 가까운 성당에 갔는데,

거기서 친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했다고 했습니다.

몇 달 뒤에는 영세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 뒤로 성당에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 그 일을

하느님께서 저에게 심부름 시키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일에 그때 제가 불친절했다면?

바쁘다고 다음으로 미루었다면?

그 아가씨의 의도를 의심했다면?

아마도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가씨에게는 처음으로 접한 천주교 신자가 저인데,

저에 대한 첫 인상이 흐려졌다면

천주교라는 종교 전체에 대한 인상이 흐려졌겠지요.

 

신자는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가 있는 그곳에서 천주교를 대표합니다.

모든 신자는 천주교의 대표자이면서 선교사입니다.

자기 한 사람의 언행이 천주교를 대표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자기 한 사람의 언행이 선교사로서의 선교활동도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 아가씨는 원래 낯선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궁금하다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날 그렇게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고,

궁금하다고 해서 낯선 남자를 붙잡고 물어보고...

정말 예외적이고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천주교식으로 표현한다면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진 일이겠지요.

 

가끔 먼저 질문을 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천주교에 대해서, 하느님에 대해서, 신앙과 종교에 대해서.. 등등..

 

주변에 안내자, 또는 인도자가 없어서

신앙을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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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활동을 잘하려면>

 

첫째. 자기 안에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복음, 즉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것은 곧 기쁨을 전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기쁨을 주려면 먼저 내 안에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신앙이 자기에게 기쁨을 주지 않는다면?

신앙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기쁨이 없다면?

그건 지금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기쁨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얻는 것입니다.

신부나 수녀나 다른 신자들을 탓할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신앙생활에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없는 것입니다.

 

둘째. 믿음보다 더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믿는다고 말은 잘합니다.

그러나 남에게 믿음을 전하고, 믿음을 증명하려면

믿음보다 더 강한 확신이 자기 안에 있어야 합니다.

 

셋째.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신자가 신학이나 성서학이나 교리에 대해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기가 누구를 믿는지,

무엇을 믿는지, 왜 믿는지... 그런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사실은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우선 먼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호감을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의 언행, 성격, 말투, 습관, 그 외 사소한 여러 가지 것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호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

그게 되어 있지 않으면 선교활동은 하나마나입니다.

 

사도시대 이후 지금까지

천주교의 가장 강력한 선교활동의 무기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호감을 주고 좋은 인상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요즘 흔히 말하는 ‘이미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겉과 속이 달라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주일에는 성실한 신자의 모습으로 살다가 평일에는 세속의 속물로 산다면

누가 그 사람 말을 받아주겠습니까?

주일에도 평일에도 변하지 않는 성실한 신자이어야 합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역시 천주교 신자는 다르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에 “천주교 신자가 뭐 저래?” 라는 말을 듣는다면

이미 선교활동은 물 건너 간 것입니다.

 

가족이 신자가 아니고 혼자서만 신자일 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신자가 아닌 식구들이 천주교에 대해서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건 말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의 삶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믿음 없이 사는 사람들과는 달라야 합니다.

그것도 표시가 나게 달라야 합니다.

 

이제는 어깨띠 두르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전투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일부 사이비 종교는 그렇게 하고 있더군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먼저 삶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믿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를 삶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고 싶어 할 정도로...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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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r.송영진 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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