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34주간토요일(091128.토)
<연중 제34주간 토요일>(2009. 11. 28. 토)
“일상의 근심“ (루카 21,34)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근심 걱정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마태 6,34)
사람의 목숨을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믿는다면,
또 사람의 인생을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믿는다면,
자기 혼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것을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께서 보살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냥 세상에 던져놓고선
“너 혼자 힘으로 한 번 살아보아라.” 라고 하실 분이 아니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것까지 괜히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일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입니다.
내일은 우리가 소망한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늘 왔으니 또 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주셔야만 오는 것이 내일입니다.
그러니 내일의 일은 우리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고
그것을 우리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살이처럼 오늘 하루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내일의 일을 계획하고 준비할 필요는 있지만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마음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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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자기의 고민을 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항상 너무 의견이 달라서
날마다 부부 싸움을 하게 되니까 힘들어 죽겠어.“
그러자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각자 걱정거리를 분담해서 자기 것만 걱정하니까 다툴 일이 없다네.“
“어떻게 분담했는데?”
“음, 큰 문제는 내가 맡고 작은 문제는 아내가 맡았지.”
“큰 문제, 작은 문제라니?”
“예를 들면, 살던 집을 그냥 수리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팔아버리고 이사를 갈 것인지, 이사를 간다면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
아이들 학교 문제, 식구들 건강 문제,
내가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그만 두고 창업을 할 것인지,
그런 작은 문제는 아내가 맡아서 걱정하기로 했고......“
듣고 보니 그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큰 문제들이었습니다.
“아니, 그럼 자네가 맡았다는 큰 문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나? 나야 뭐, 이런 문제를 맡았지.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구 온난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아프리카 식량 기근 문제는 어떻게 하나, 그런 문제...“
(평범한 직장인 부부가 부부 싸움을 하지 않는 비결???)
이건 그냥 웃자고 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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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많은 걱정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 한 일에 대한 걱정,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 식구들에 대한 걱정...
미사에 참례하면서도 그 걱정을 놓지 못합니다.
어떤 분은 고추를 널어놓고 왔는데 비가 올까봐 걱정을 합니다.
어떤 분은 오겠다고 예정된 중요한 손님이 벌써 와 있을까봐 걱정입니다.
그러니 미사에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사소한 일이라고 웃는데
당사자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걱정에서 벗어나는 비결은 하나뿐입니다.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자기가 해결하면 됩니다.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하느님께 맡기면 됩니다.
(말은 쉽지... 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진리입니다.)
사실 많은 걱정들이 믿음의 부족에서 생깁니다.
병에 걸린 가족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나서
수술이 잘될까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수술을 하는 의사를 믿는다면 걱정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의사를 믿지 못하니까 걱정을 하지요.
아니면 의사가 믿음을 주지 못했거나.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많은 문제들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인생을 맡기신 하느님을 믿지 못하거나
아니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거나, 인데
하느님 탓을 할 수는 없으니, 그건 우리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기우’(杞憂)라는 말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뜻인데,
옛날 기나라 사람 하나가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해서 생긴 말이라고 하지요.
하늘의 일은 하느님께 맡기면 됩니다.
사람의 일은 사람이 하면 됩니다.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다 ‘기우’입니다.
믿으면 됩니다.
믿음만으로는 안심이 안 된다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하면 됩니다.
기도해도 걱정이 된다면...
............. 그럼 더 열심히 기도하면 됩니다.
제가 신학교 다니던 시절에
가끔 가다가 걱정거리가 생길 때가 있었습니다.
도저히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깁니다.
그러면 지도 신부님을 찾아가서 면담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걱정거리를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성당의 감실 앞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감실 앞으로 가서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문제만 예수님께 드리고
저는 그냥 침실로 돌아가서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날 그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체험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 기를 쓰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제 힘으로는 안 되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면,
저는 성당의 감실 앞으로 갔습니다.
예수님은 해결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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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함, 경건함, 엄숙함...
그런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합니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이미지입니다.
어떤 이는 일부러 심각하고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을 하면서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경건한 척 하기도 합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짓입니다.
어떤 이는 기도할 때마다 울면서 기도해야
뭔가 더 진실하고 간절하게 기도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뭔가 청할 때마다 징징 짜면서 이야기한다면
내용과는 상관없이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그리스도교는 ‘기쁨’의 종교입니다.
우리가 전하고 듣는 복음은 기쁜 소식입니다.
하느님과 내가 기쁨을 나누는 것이 기도 중에 최고의 기도입니다.
‘기쁨’의 이미지는 밝고 가볍습니다.
퀴즈 : 일 년 중에 가장 거룩한 날은? 답 - 부활절.
부활절은 일 년 중에 가장 기쁜 날입니다.
거룩함의 이미지는 밝고 가볍습니다.
신앙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밝습니다.
천주교 격언에 “찡그린 성인은 없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성인 성녀의 공통점은 맑고 밝은 표정에 있습니다.
넋 나간 사람처럼 항상 웃기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삶을 너무 어둡고 무겁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신앙인이라면
모든 근심 걱정을 하느님께 맡기고 밝고 가벼운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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