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33주간금요일(091120.금)
<연중 제33주간 금요일>(2009. 11. 20. 금)
<제1독서 : 마카베오 상권 4,36-37.52-59>
제1독서 말씀은
유대인들이 그리스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에서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두고 성전을 되찾은 다음에
성전 봉헌 축제를 하는 내용입니다.
독립전쟁을 통해서 완전한 자유와 독립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종교의 자유는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사람들이 성전을 더럽힌 것을 다시 깨끗하게 하고,
제단 봉헌 축제를 지내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외적으로 보이는 성전이 아니라 내적인 신앙생활이었습니다.
성전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들이 내적인 신앙생활을 다시 새롭게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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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 루카 19,45-48>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성전의 장사꾼들을 쫓아내시는 장면입니다.
이 사건이 예수님의 죽음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장사를 못하게 막은 것은
사제들이 장사꾼들과 함께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시킨 것과 같습니다.
사제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물질적인 손해를 본 것에 화가 났을 것이고,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권한을 침범했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을 것이고...
그래서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정하게 됩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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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신앙생활과 공부 중에서 공부를 먼저 선택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자녀가 성당에 가는 것을 막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기도는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공부만 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기도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어떻든 그것은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지 않는 태도입니다.
주일미사 참례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부모가 있는데,
제 경험을 생각하면 그런 정도의 시간도 내지 못한다면
숨 막혀서 죽을 것입니다.
신앙생활이 인생의 중심에 있지 않고
신앙을 인생의 보조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성전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자녀들이 올바르게 신앙생활 하는 것은 별로 안 중요하고...
성전 장사꾼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또 한 가지,
평소에 신앙생활을 열성적으로 하는 것 같던 신자가
자기 아들이나 딸이 성소의 길로 가려고 하면
금방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들이 신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막고,
딸이 수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겉으로는 열성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게 위선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재능도 없고.... 그런 아들에게,
“너는 공부도 못하고 재주도 없고 얼굴도 못생겼으니 신학교나 가라.”
‘신학교나 가라???“ 라니...
신학교가 공부 못하고 재주도 없고 얼굴도 못생긴 애들의 집합소입니까?
또 신부 되는 것을 먹고사는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는 뜻이니... 기가 막힐 뿐.
역시 그것도 신앙을 인생의 보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보다도 자신의 속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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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성당을 새로 지었는데,
앞좌석은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불편하고,
뒷좌석은 소리가 거의 안 들려서 불편하고...
그래서 음향 설비 공사를 한 업자를 다시 불렀습니다.
그때 그 성당의 보좌신부였던 저는
그 업체 사장이 와서 음향 설비를 점검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저보다도 더 실력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앰프 켜고, 마이크 손에 들고, 아, 아, 소리를 내면서
스피커 옆에 서 있는 조수에게 잘 들리냐? 라고 묻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성당의 음향 문제는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되었고,
또 기계적인 문제도 있었던 것 같았고...
그런데 나중에 앰프를 보니
겉 케이스의 상표와 내부 부품의 상표가 다르다는 것이 눈에 뜨였습니다.
저는 계약 내용을 몰랐지만 많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본당 신자 중에 음향 전문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앰프를 모두 뜯어보더니 부품이 모두 중고품이라고 했습니다.
그 신자의 말이 맞는다면 성당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입니다.
그 말이 그 업체 사장의 귀에 흘러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명예훼손죄로 고소한다고 펄펄 뛰었습니다.
그런 모습까지만 보고 저는 그 성당을 떠났는데,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다른 업체를 다시 선정해서 음향 설비를 새로 싹 바꾸고
음향 공사를 원점에서 다시 했다고 합니다.
성당 입장에서는 많은 손실이 생긴 것입니다.
원래의 그 업체는?
얼마 못가서 부도가 나고 망해버렸답니다.
그 사장이 신자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성당을 상대로 부정한 짓을 했기 때문에 천벌을 받아서(?)
당연히 망했다는 말이 신자들 사이에 돌았다고 하던데,
성당이 아니라 어디를 상대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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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제가 어느 시골 본당에 있었을 때,
무슨 뮤지컬인지, 오페라인지 관람권 한 뭉텅이가 왔습니다. 교구에서.
내용은 순교자들에 관한 것이어서 신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이었겠지만
농사일에 바쁜 농촌 신자들이 그걸 보러 도시까지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값이 비쌌습니다.
그리고 그 양이 많았습니다. 그 작은 본당의 전체 신자 수만큼.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제 돈으로라도 몽땅 구입해서 신자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절실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좀 시일이 흐른 후에 담당 실무자인지, 봉사자인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관람권이 얼마나 팔렸는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관람권 대금을 송금해달라고 독촉하듯 말했습니다.
순간 저는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마치 저를 불성실한 장사꾼으로 취급을 하는 것 같은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관람권을 의무적으로 다 팔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은 태도였습니다.
명색이 본당신부가 이런 장사를 해야 하나?
이건 도대체 무슨 짓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관객 동원이 되나?
그렇게라도 해야 비용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저는 관람권 전부를 그대로 고스란히 반송해버렸습니다.
명목이 무엇이든 그런 식으로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본당에서 수해를 입었다든지 화재를 겪었다면
그건 무조건 도와줄 일입니다.
실제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가난한 시골본당이라고 해도 그런 성금을 모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 무조건?
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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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은 하느님의 집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살아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인간의 뜻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성전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위한 일이고,
하느님을 섬기는 내 신앙을 위한 일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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