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33주간수요일(091118.수)
<연중 제33주간 수요일>(2009. 11. 18. 수)
<미나의 비유>
루카복음의 ‘미나의 비유’는
마태오복음의 ‘탈렌트의 비유’와 같은 내용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 재능, 직분을 잘 활용하라는 가르침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미나라고 하든 탈렌트라고 하든
저는 그것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행복의 씨앗으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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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은 거의 대부분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하거나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하는 일들입니다.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고, 그런 기대도 가질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불행입니다.
타의에 의해서 억지로 군대에 간 사람들도
군대 생활에서 나름대로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아냅니다.
자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대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교도소 재소자들도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이라도 만들어내려고 애를 씁니다.
그 생활 자체가 고통과 불행이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억지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서로 나누면서 그 생활을 견디어냅니다.
전에 재소자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 날, (무슨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교도소 급식과 매점에서 산 간식 등을 모아서
난로를 이용해서 아주 맛있는 특별식을 만들었고
함께 모여서 그것을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워했다는...
그때의 음식의 주재료가 닭고기였던가...
그들이 만든 특별식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저도 그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교도소 공장 한쪽 구석의 난로 주위에 모여서
서로 돈과 음식을 모아서 특별한 식사를 준비하고
그것을 나누어 먹으면서 추억을 이야기하고, 웃고, 즐거워하고...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 일마저도 없다면 교도소는 그 자체로 지옥입니다.
제가 어느 날, 한 재소자에게 겨울에 추워서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었습니다.
여름에 더울 때에는 더위 때문에 힘들지만
겨울에는 재소자들이 서로 몸을 붙이면서 자고
이불이라도 함께 덮을 수 있어서 별로 힘들지 않다고...
그러면서 자기들보다 교도대원들이 더 힘들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방 밖의 복도에서 경비 근무를 하는 교도대원들은
난로도 없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 모습이 딱하고 불쌍해서,
근무 중에 어깨라도 덮고 있으라고
감방 안의 담요를 교도대원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는...
재소자들이 자기들을 감시하는 교도대원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 딱하다고
자기들이 덮을 담요를 교도대원에게 나눠주는 모습,
그곳의 겨울은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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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아들, 딸... 식구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행복해지는 곳,
가정은 그 자체로 천국입니다.
누구나 그런 가정을 원하고, 또 다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 지옥으로 변하는 가정을 봅니다.
식구들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포기하고
각자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할 때,
천국이었던 곳이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행복의 씨앗’은
자기 혼자서만 행복해지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나누고 키워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때 그때가 진짜 행복입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때 자기도 행복해진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진리입니다.
자기 혼자서만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행만 주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얻은 행복이 행복이겠습니까?
이기심과 욕심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것,
남는 것은 허무함과 고통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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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행복입니다.
살아서도 행복해지고 죽어서도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합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남 생각을 못하고
자기만을 생각한다면 얻을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십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더 큰 행복을 얻을 것이고,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만 행복해지려고 하는 사람은
원래 가지고 있던 행복의 씨앗마저 빼앗길 것이다, 라는 경고입니다.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하느님께 기쁨을 드려야 하고
이웃들과도 기쁨과 행복을 나누어야 합니다.
얼마나 거창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함께’ 나누려는 마음 하나면 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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