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32주간목요일(091112.목)
<연중 제32주간 목요일>(2009. 11. 12. 목)(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종말>
1994년에 종말과 휴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999년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2012년에 종말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30년에, 또는 2060년에 종말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종말의 날짜를 계산할 줄 아는 사람들이
왜 자기가 죽을 날짜는 계산하지 못하는지?
또 하나, 종말이 와도 자기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미국에서는 2012년에 종말이 온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이
재난에 대비한 물품들을 미리 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물품들을 판매하는 업자들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고 해서 종말이 와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종말이란 글자 그대로 인류의 끝입니다.
재난에 대비한 물품들을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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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또는 지구가 언젠가 태어났으니 언젠가 끝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게 언제냐? 라는 문제를 늘 궁금하게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 라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묻자,
예수님께서는 간단하게 답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루카 17,21)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이 곧 종말의 시작이고,
예수님의 재림이 곧 종말의 완성입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가 가르치는 종말은 ‘끝’이 아니라 ‘완성’입니다.
그러면 그 완성의 때가 언제냐고 질문을 바꾼다면?
“그러나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로지 아버지만 아신다.“ (마태 24,36)
예수님도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신다는 대답입니다.
종말과 예수 재림의 날짜를 계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수님도 모르신다고 하신 그날을 자기가 계산했다는 것이니
자기 자신이 예수님보다 더 위대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사이비’입니다.
예수님도 그날이 언제인지 모르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아버지만 아신다는 말은 아버지만의 권한이라는 뜻이고,
아직은 아버지께서 결정하신 것이 없기 때문에
예수님도 천사들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들이 그날이 언제인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또 한 가지, 그날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데,
그것을 미리 예언한다고? 그것 역시 웃기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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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이미 시작되었고 완성을 향해서 가는 과정이라면
하느님께서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시면서 뜸을 들이는 것일까?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지 이천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모른다.’입니다.
인간들이 모두 회개할 때까지 기다리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복음이 온 세상에 전해질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하느님께서 최후의 심판을 왜 미루고 계시는지
하느님의 생각을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믿고 있고, 알고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멸망이 아니라 구원을 바라신다는 것.
최후의 심판, 종말, 멸망... 그런 말을 무섭게만 생각하는 것은
믿음 없는 태도일 뿐입니다.
종말과 최후의 심판은 죄인들을 처벌하고 멸망시키는 날이면서
동시에 의인들을 구원하는 날입니다.
말하자면 면허 시험 같은 것입니다.
자격을 갖추었다면 누구나 다 그 면허 시험에서 합격할 것이고,
제대로 준비를 못했다면 누구나 다 시험에서 떨어질 것입니다.
전원 다 합격할 수도 있고, 전원 다 불합격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입학 정원이 없는 나라입니다.
들어갈 수 있는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롯과 두 딸만 살아남은 것처럼,
또 노아의 홍수 때에 노아 가족만 살아남은 것처럼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종말과 최후의 심판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정반대로 모두가 다 살아남을 수도 있고...
종말은 두려움의 날이 아니라 희망의 날입니다.
종말은 재앙의 날이 아니라 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그 잔치에 참석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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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기가 바뀔 때마다 종말이 온다고 오두방정을 떨었습니다.
1999년처럼 서기 999년에도 사람들은 종말이 온다고 호들갑을 떨었었고,
앞으로 천 년 이내에 종말이 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2999년에도 또다시 그럴 것입니다.
또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 등으로 어수선할 때마다
사람들은 종말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이천 년 동안 계속 그랬습니다.
지금 신종플루 때문에 어수선한데,
지난 역사에서 신종플루보다 더 심각했던 전염병은 많았습니다.
대규모 자연재해도 많았습니다.
지진, 해일, 화산 폭발, 태풍, 가뭄, 홍수... 그리고 전쟁도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것이 종말인가? 라고 하면서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루카 17,24)
예수님의 재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종말이 오려나? 하고 날짜 계산하고, 두려워하고,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저런 재난과 재앙이 많이 있겠지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일부는 죽고 대다수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재난과 재앙이 종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는 사람들은 종말이 온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질 때 죽은 사람들이
자기네 도시에만 폭탄이 떨어졌는지
아니면 지구 전체가 멸망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겠지만,
하여간에 죽는 사람들에게는 죽는 그 순간이 곧 종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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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죽기 전에 종말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아서 종말을 본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은총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심판에서 의인으로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살아서 받든 죽어서 받든 어차피 받아야 할 심판이라면
기왕이면 살아서 받는 것이 낫겠지요.
(이 말은 바오로 사도가 이미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 1코린 15장에서.)
종말이 언제 오더라도
흔들림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회개.
회개라는 것은 늘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처럼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에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오만한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 속세에서는 편법으로 자격증을 딸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편법 같은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고지식하게 보일 정도로 성실한 태도로
항상 회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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