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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호천사기념일(091002.금)

도구 Ludovicus 2009. 10. 2. 08:30

<수호천사 기념일>(2009. 10. 2. 금)

 

<수호천사>

 

우리 교회는 천사의 존재를 믿고 있고,

수호천사의 존재도 믿고 있습니다.

토비트서의 라파엘 대천사가 대표적인 수호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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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들...

 

구약성경에서,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을 받아서 죄를 지을 때,

그때 수호천사가 있었나? 없었나?

있었다면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나?

수호천사는 왜 사탄을 막지 않았나?

 

카인이 아벨을 살해할 때,

아벨의 수호천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또는 카인의 수호천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신약성경에서,

사도행전 5장에서 감옥에 갇힌 사도들을 구출했던 천사가

스테파노가 돌에 맞아 죽을 때에는 왜 아무 일도 안했나?

 

이런 의문을 성경에서 찾으면 수도 없이 나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런저런 고통과 불행을 겪을 때에도

그런 의문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수호천사가 있다면, 그때 조금만 도와주었어야지,

왜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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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 세상의 온갖 고통, 불행은 그 자체로 수수께끼입니다.

듣기 좋게 말하면 '신비'입니다.

 

앞에서 말한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서

신학자들은 온갖 이론을 다 동원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가톨릭 서점에 가면 그런 문제에 대해 설명한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은 신학이 아닙니다. 그냥 현실입니다.

 

지금 당장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신학 이론을 잔뜩 늘어놓는다고 해서 고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강론은 신학, 성서학, 철학이 아닙니다.

교리를 설명한 것도 아닙니다.

저의 묵상이고, 저의 체험이고, 저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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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극한의 위기 상황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도를 할 때가 있습니다.

기적적으로 그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위기는 큰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크고 작은 위기를 많이 겪었고,

때로는 고통과 시련도 겪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였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의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유명한 스타 연예인들이 자살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옆에 있던 가족이 아무런 힘도 주지 못했구나... 라는.

어쩌면 식구들에게서 더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살려거든 차라리 죽어버려라.' 라고

식구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릅니다.

 

교도소 사목을 할 때 자주 그런 상담을 했습니다.

주변에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어서,

따뜻하게 한 마디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어서

범죄자가 되고, 인생이 몽땅 망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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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입니다.

천사가 도와준다는 것은 사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고통 자체를 없애주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에게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입니다.

다시 일어서거나 주저앉는 것은 각자의 의지에 달린 일입니다.

 

하느님은 죄를 짓지 않도록 막아주시지는 않습니다.

죄 자체를 없애주시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에게 죄를 피할 힘은 주십니다.

선택과 결정은 우리가 합니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호천사들도 참으로 골치가 아프겠구나... 라는.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도 천사들의 임무이고,

사람들이 하느님을 떠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천사들의 임무인데,

동시에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꺾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하느님의 뜻 사이에서

수호천사들이 임무를 수행하기가 무척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

 

인간 세상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인간들이 할 일입니다.

천사들이 아니라.

 

그래서...

아담과 하와는 서로를 위해서 서로에게 수호천사가 되어 주었어야 했습니다.

죄를 짓지 않도록 상대방을 도왔어야 했는데, 같이 죄를 지었습니다.

카인이 살인을 할 때에도 아담과 하와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모두를 위해서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삶에서 만나는 고통들과 불행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죽는 것으로 그냥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는 것 자체도 끝은 아닙니다.

 

어떻든 모두가 모두를 위해서 수호천사가 되어준다면

그래도 이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주 한 가운데 나 혼자뿐이라고 절망할 때,

절대로 너는 혼자가 아니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곧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일입니다.

 

저는 살면서 정말로 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따뜻한 눈빛 한 번, 따뜻한 손길 한 번...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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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수호천사는 바로 가족입니다.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사람,

같이 울어주는 사람,

넘어졌을 때 일으켜줄 사람,

그 첫 자리에 가족이 있습니다.

 

(주민등록상의 가족만 가족인 것은 아닙니다.

함께 사는 모든 이가 다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 친구, 애인, 동료 등등...

우리는 사실 많은 수호천사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 모이는 날입니다.

수호천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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