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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녀데레사대축일(091001.목)

도구 Ludovicus 2009. 10. 1. 08:09

<선교의 수호자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2009. 10. 1. 목)

 

<어린이처럼>

 

옛날에 어떤 어른이 목이 말라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빼먹으려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지폐만 있고, 동전이 없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동네 어린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이들에게 “동전 좀 빌려줄래?” 그랬더니,

“아저씨, 어디 사는데요?”

“언제 갚을 거죠?”

한 아이는 “야, 빌려주지마. 떼어먹힐라.” 라고 선동하고...

그 어른은 어이가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한 아이가 다가왔습니다.

그 아이는 “150원이면 되죠? 여기 있어요.” 라고 하며 동전을 건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자판기 음료수가 150원이던 시절의 실화입니다.)

(그리고 그 자판기는 지폐를 사용할 수 없었던 자판기였습니다.)

어른이 물었습니다.

“너는 떼어먹혀도 괜찮니?”

“대신 아저씨도, 다음에 다른 사람이 동전 없을 때, 대신 사주면 되잖아요.”

라고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어른은 아이가 하도 기특해서 천 원을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 돈을 받기를 거절했지만,

그 장면을 구경하던 다른 아이들,

돈 떼어먹힌다고, 믿지 못하겠다고 하던 아이들까지 몰려들어서는

“아저씨, 나도 150원 줄께 천 원 주라.” 라고 조르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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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로 들어가려면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린이처럼 되는 것”은 실제로 어려져야 한다거나,

아이들처럼 유치해져야 한다거나,

아니면 몸은 어리지만 생각은 영악한 애늙은이가 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150원을 투자해서 천 원을 벌고 싶어하는 장삿속을 가진 아이들은

순수한 뜻에서의 어린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어린이들 중에 단 한 명,

어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친절을 베푼 그 한 명의 어린이가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어린이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에 나오는 사마리아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

 

어린이처럼 되는 것은 단순해지고, 겸손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믿고,

상대방은 높이고 자기 자신은 상대방보다 낮추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은 어쩌면 이 세상 살아가는 데는 손해보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려면,

그게 바로 지름길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의 문 앞에 있는 게시판에는 이렇게 쓰여있다고 합니다.

“어른은 입장 불가”

 

우리들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또는 세상 물정을 알아갈수록 단순함을 잃어버립니다.

어떤 일을 한 번 하는데도 앞 뒤 재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그게 이익이 될까, 손해가 될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도 물어보고,

하여간에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신중하고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참된 지혜는 아닙니다.

 

옛날에 티브이 광고 중에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 아니다.” 라는 광고문구가 있었습니다.

기계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게 하는 것이 진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참된 지혜도 복잡한 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순해져야 하고 순수해져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믿어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신앙생활의 첫걸음입니다.

 

성경 공부할 때, 정체 불명의 온갖 주석서, 주해서, 해설서 다 모아놓고,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고 해석하고 하다가

결국에는 교회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자기 마음대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성경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는 열심히 성경을 공부한다고 하지만,

성경 공부를 잘못해서 신앙을 잃고 냉담하기도 하고, 이단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하느님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인정하는 어린이가 되어야만 참된 신앙의 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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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r.송영진 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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