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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중제23주간목요일(090910.목)

도구 Ludovicus 2009. 9. 10. 07:35

<연중 제23주간 목요일>(2009. 9. 10. 목)

 

<원수를 사랑하여라.>

 

남녀 간의 사랑, '에로스'는 상대적이고, 선택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 '아가페'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아가페라는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원수도 사랑의 상대로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수를 사랑하라.' 라는 말씀은 '원수도 사랑하라.'로 생각됩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아가페의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실천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성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사랑에 대해 수백권의 책을 쓴다고 해도 실천이 없으면 다 거짓입니다.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으니...

...... 더 이상 토를 달 것 없이, 그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을 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생각해봅니다.

 

첫 번째는 '복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미움 때문에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 원한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죄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냥 인간의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복수는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할 일입니다.

복수도 심판도 다 하느님의 몫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만,

복수를 포기하고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마음에서 복수심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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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현실은 이론과 많이 다릅니다.

 

강도, 강간, 살인, 유괴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가해자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은 평생 고통 속에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 앵무새처럼 용서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입니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심정과 고통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전에 먼저 그런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범죄 예방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한다고 해서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용서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

 

경찰, 법원, 교도소가 아직도 필요한 세상입니다.

교회는 그런 세상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 거룩한 척 살아간다고 해서

세상이 저절로 거룩해지는 것도 아니고,

범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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