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22주간목요일(090903.목)(성그레고리오교황)
<연중 제22주간 목요일>(2009. 9. 3. 목)(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깊은 데로 가라>
우리 한국 천주교는 선교사들의 힘으로 세워진 교회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복음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스스로 교회를 세우고 발전시킨 교회입니다.
바로 그 점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우리만의 자랑거리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전혀 선교사들의 도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교회가 제대로 교회 구실을 하기까지
많은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긴 받았습니다.
특히 초창기 박해시대 때에
프랑스 선교사들이 우리 나라에서 목숨을 바쳐가면서
헌신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많은 분들이 우리 나라에서 박해받고 순교해서,
그중 10 명이 성인품에 올랐습니다.
그분들 외에도 한국의 기후나 풍토가 안 맞아서 병에 걸려 죽은 선교사도 많습니다.
하여간에 오늘날 우리 교회가 이만큼 발전하게 된 데에는
우리의 순교 조상들만큼이나 프랑스 선교사들의 공도 컸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선교사들이 조선에 가기만 하면 거의 대부분 순교하거나, 병에 걸려 죽으니까,
조선으로 파견되기로 결정되기만 하면, 이미 죽은 사람으로 생각했고,
송별식이 마치 장례식 같았다고 합니다.
그 출신 동네에서는
죽음의 땅을 향해서 가는 그 젊은이가 안쓰러워서 눈물을 흘리는 한편으로는,
우리 동네에서도 이제 성인이 한 명 탄생하게 되는구나,
라고 기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교사로 가기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계속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그 신앙과 열정과 충성을 오늘날 우리가 특히 본받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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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의 복음 말씀을 보면,
제자들이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심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라고 명령하십니다.
다른 곳이 아니고, 깊은 데로 가라는 것입니다.
고기잡이 경력만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보다 훨씬 더 전문가였고,
다른 제자들도 예수님보다 더 유능한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도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밤새 고생한 뒤끝이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어부들 같았으면
무식한 소리하지 말라고, 당신이 고기잡이에 대해서 뭘 아느냐고
예수님을 비웃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라고 기꺼이 대답하고 복종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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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전하는 것도 그렇고, 본당을 운영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안 된다고, 효율성이 적다고,
아까운 인력과 돈만 낭비한다고, 손해만 크다고......
해보지도 않고,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선교본당을 처음 시작할 때에도 반대가 많았고,
시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반대가 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많은 압력을 받았습니다.
선교본당 그만 하라는...
인구가 많은 도시의 아파트 지역에 선교본당을 세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
인구도 없는 시골에 선교본당을 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
도시의 신자들을 위해서 신부들을 집중시키는 것이 옳다는 의견,
신부를 사람도 없는 시골에서 썩힌다는 의견... 인력 낭비라는 의견.
복음이라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만 가지고 전파되었습니까?
만일에 효율성만 생각했다면,
예수님께서는 베틀레헴이 아니라 로마에서 태어나셨을 것입니다.
사도들은 처음부터 로마 황실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했을 것입니다.
만일에 베드로 사도가 깊은 데로 가기를 거부했다면,
그는 사도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프랑스 선교사들이 죽음의 땅 조선으로 가기를 두려워했다면,
조선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인력의 낭비라고 생각했다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깊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먼저 나서서 해야 합니다.
사람의 판단을 앞세우지 말고 하느님의 섭리를 믿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라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앞두고,
해보지도 않고서 안 된다고 뒤로 후퇴만 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부적격한 행동입니다.
이제까지 복음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
오로지 예수님만을 믿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갔던 용기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온 세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런 사람들이 건설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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