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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중제22주간수요일(090902.수)

도구 Ludovicus 2009. 9. 2. 00:21

<연중 제22주간 수요일>(2009. 9. 2. 수)

 

<명의>

 

소설 동의보감을 보면 의사를 여덟 가지 용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의사 중에 제일 으뜸가는 의사는 “心醫(심의)”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늘 마음이 편안하게 하는 인격을 지닌 인물로서,

    병자가 의원의 눈빛만 보고도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경지를 지녔는데,

    그건 의원이 병자에 대하여 진실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가능한 품격.”

 

두 번째는 “食醫(식의)”

--“병자의 병세를 판단함에 항상 정성이 모자라며,

    병자가 말하는 병명만 기억하고 약을 지어 먹이는 의원.”

 

세 번째는 “藥醫(약의)”

--“스스로 병을 찾아내지 않고 병자가 구술하는 대로,

    또 약방문에 의지해 약을 짓고,

    병자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위의 약만 마냥 먹이며 차도를 기다리는 자.”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도 다 그렇게 자격미달인 의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지막 여덟 번째를 보면 “殺醫(살의)”

--“춘하추동 계절이 바뀌는 이치와 생명이 살고 죽는 이치를 알지 못하며,

    아파 고통받는 이를 보고도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없고,

    나아가 남이 지은 약방문에 일일이 옳다 그르다 요란을 떨어 제 이름만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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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가지 부류의 의사 중에 환자가 믿을 수 있는 의사는 첫 번째 심의뿐입니다.

나머지는 다 사이비, 또는 돌팔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입니다.

 

9월 2일의 복음말씀을 보면,

병자들을 고쳐주시는 예수님 모습이 나오는데,

예수님께서는 병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어 모두 고쳐주십니다.

 

사실 예수님이야말로

그 어떤 의사보다도 병자들을 잘 고쳐주신 명의일 뿐 아니라,

마음의 병, 영혼의 병까지 다 고쳐주신 최고의 의사였습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최고의 의사인 “심의”였던 의사,

허준 같은 명의도 사람의 몸만 고쳤지 영혼을 고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는 것은 의사나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때,

예수님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은 여덟 가지 의사 중 최고에 속하는 의사들보다

더 위대한 의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몸이 아플 때,

병은 병원에서 고치고, 약은 약국에 가서 사야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에 가고 약국에 가는 것 외에도 예수님께 기도하고 의지합니다.

의사나 약사는 사람의 몸만 치료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영혼을 고쳐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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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육체의 병은 영혼의 병보다 더 급한 것은 아닙니다.

몸은 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어서 고치거나,

아니면 아예 이식수술로 장기를 바꿔버릴 수도 있지만,

영혼이 병들어서 구제불능 상태가 되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몸의 병으로 인한 고통은 자기 자신과 가족, 친지 정도로 그치지만,

영혼이 병든 사람은 주변의 모든 사람, 이 사회 전체, 나라 전체에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온 세상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일도 생깁니다.

 

몸의 병으로 인한 고통은 현세에서의 고통으로 끝나지만,

영혼의 병으로 인한 고통은 현세와 내세에서 모두 겪어야 하는 고통이고,

결국에는 영원한 고통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자기 몸이 아픈 것에는 신경 쓰면서도

자기 영혼 상태는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죄를 지으면서도 죄인 줄도 모르고,

회개할 생각도 하지 않고,

복음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고,

나중에 하느님 앞에 서게 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당장에 몸만 건강하면 그게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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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건강하고 몸이 튼튼해도,

죄나 짓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나 입히고,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 같은 것도 느끼지 않고,

자기의 영혼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고 걱정도 하지 않고 산다면...

그것이 바로 영혼이 불치병에 걸린 상태입니다.

 

당장에는 그 병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고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 불치병은 세계 최고의 명의라고 해도 고칠 수 없습니다.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분은 단 한 분, 예수님뿐입니다.

 

인간이라면 몸보다도 영혼이 더 건강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능력이 있다면

몸의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 이상으로 영혼의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 회개해야 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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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r.송영진 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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